美주도 군사동맹 오커스, 일본과 협력…中 봉쇄 전략

입력 2024-04-09 07:11 수정 2024-04-09 07:16

미국, 영국, 호주 3국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가 첨단 군사기술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일본을 참여시킬 뜻을 밝혔다. 오커스의 외연이 확대되는 것이다. 대중국 봉쇄를 위해 다양한 소다자 동맹을 구축하고 이를 강화하겠다는 미국 안보 구상 일환이다.

미국 로이드 오스틴, 영국 그랜트 샵스, 호주 리처드 말스 국방장관은 8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필러 2’ 프로젝트에 다른 협력국을 추가로 참여시키기 위한 원칙과 모델을 개발했으며, 유망한 협력국들과 2024년에 협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의 강점, 그리고 일본과 오커스 3국 간 긴밀한 양자 국방 협력관계를 인식하며 일본과 필러 2의 첨단역량 프로젝트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같은 생각을 지닌 파트너를 필러 2 작업에 참여시키는 것이 첨단 군사 역량 추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오커스는 대중국 압박을 위해 미국이 주도한 안보 동맹이다. 현재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 1 프로젝트와 3국이 해저, 양자 기술, 인공지능(AI) 및 자율무기, 극초음속과 대(對)극초음속 등 첨단 군사 분야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 2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커스는 이중 필러 2 프로젝트에 동맹 및 파트너를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는데, 그 첫 국가로 일본을 지목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필러 2 협력이 가능한 국가로 일본 외에 뉴질랜드, 캐나다, 한국 등도 거론해 왔다.

오커스의 외연 확장은 중국 압박을 위한 미국의 동맹 전략 변화도 의미한다. 람 이매뉴얼 주일미국대사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세미나에서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거론하며 “다년간에 걸쳐 구축한 ‘거점 중심’(Hub and Spoke) 동맹 구조는 현시점에 적합하지 않다. 중대 전환 시기를 맞아 우리는 ‘격자형’(lattice-like)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동맹 중심의 단일 대응 대신 여러 형태의 소다자 협력체를 구축해 중국 봉쇄망을 촘촘히 한다는 것이다.


이매뉴얼 대사는 이번 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담이 대중국 압박을 위한 동맹 구조 변화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미를 계기로 열리는 첫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오커스, 한·미·일 3국 협력에 이은 새로운 소다자 협의체가 발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매뉴얼 대사는 미·일 관계를 설명하며 “‘동맹 보호(protection)의 시대’에서 ‘동맹 투사(projection·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힘을 투영한다는 의미)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NBC뉴스는 “오커스나 쿼드와 같은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을 확고히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야마다 시게오 미국 주재 일본대사는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미해결 문제’와 관련 “북한발로 나온 입장을 보면 그들이 이런 문제들을 다룰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핵·미사일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진전을 위한 대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야마다 대사는 “만약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총리는 북한 측과 대화를 원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