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소음이나 매연이 없습니다. 충전소가 마련된다면 전기차는 매우 유용해질 것입니다.” 롤스로이스의 공동창립자 찰스 롤스는 1900년에 전기차의 미래를 예견했다. 그의 발언은 120여 년이 지나 현실화됐다. 롤스로이스가 첫 전기차인 스펙터를 내놓은 것이다.
강렬함’과 ‘유령’의 의미를 지닌 스펙터는 지난해 출시 이후 전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차 주문은 이미 2025년 출고분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4일 롤스로이스 시승행사에서 스펙터를 직접 타봤다. 구간은 강원도 원주시에서 서울시 강남구까지 약 90㎞ 구간이다.
처음 마주한 스펙터의 외관은 고급스러웠다. 전면부에 롤스로이스 특유의 판테온 그릴과 환희의 여신상이 눈에 띄었다. 특징은 기존 모델 대비 전면 그릴이 더욱 넓어졌다는 점이다. 측면에선 쿠페 모델 최초로 장착된 23인치 휠이 눈에 확 들어왔다.
실내는 화려함 그 자체다. 천장에는 밤하늘의 별을 표현한 스타 라이트가 수놓아져 있었다. 스타 라이트는 고객이 원하는 날짜를 말하면 수정도 가능하다고 한다. 내부는 고급 가죽과 원목 장식 등으로 구성됐고, 좌석 바닥에는 푹신한 양모 시트가 깔려있었다. 디지털 계기판 등과 어우러진 아날로그 시계도 고풍스러움을 더했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자 중량이 3t이 넘는 덩치가 부드럽게 나아갔다. 마치 요트를 타고 물 위를 둥둥 떠서 가는 느낌이었다. 롤스로이스 특유의 ‘양탄자를 타는 듯한 승차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주행 성능도 뛰어났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초인 이 차량은 가속 페달을 밟자 고속 구간에서 거침없이 나아갔다. 차는 높은 속도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했고, 운전대 조작도 편리했다. 무엇보다 정숙성이 뛰어났다. 요철에서 흔들림이 거의 없었고, 고속 주행 구간에서도 떨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롤스로이스 스펙터는 전기차 모델이지만, 기존 롤스로이스 차들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 모델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롤스로이스 브랜드 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개발 과정을 거쳤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북극 빙설, 사막, 고산지대 등 세계 도시를 돌아다니며 영하 40도에서 영상 50도에 이르는 극한 구간에서 실험을 반복했다”며 “총 250만km를 달리며 400년 이상 분량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축적한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스펙터의 국내 판매가격은 6억2200만원부터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