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한 영세상인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를 할부로 개통하게 한 이른바 ‘휴대폰깡’ 수법으로 15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A(47)씨 등 2명을 구속하고 휴대전화 개통 담당, 모집 담당, 장물업자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피해자 72명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19명 명의로 최신 스마트폰 896대를 개통한 뒤 되팔아 15억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자금난을 겪는 영세업자에게 접근해 "매매가 안 되는 건물을 임대해 전세대출을 받아 주겠다"면서 "대출 시 본인인증을 위해 휴대전화를 개통해야 한다"고 속였다.
A씨 등은 피해자로부터 신분증, 위임장 등 각종 휴대전화 개통 서류를 받은 뒤 1명당 최대 5대까지 최신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팔아 돈을 챙겼다.
통신사 의심을 피하려고 유심칩을 빼 다른 휴대전화에 꽂아 일정 기간 사용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통신사로부터 개통 수당까지 챙겼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장물업자에게 넘겨 국내에서 유통하거나 해외로 반출했다.
피해자들은 휴대전화 개통 후 “5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의 대출이 곧 나온다”는 A씨 일당의 말에 속아 휴대전화 할부금과 이용 요금까지 부담했다. 일부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부동산 작업 대출에 명의를 제공했기 때문에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고하지 못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마지막 희망이었던 대출마저 사기였다는 사실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최해영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 팀장은 "타인이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데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사기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