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사고 예방’…광주시-상급병원 24시간 핫라인

입력 2024-04-08 10:36

‘응급실 뺑뺑이’ 사고를 막기 위한 광주시와 상급병원 간 ‘핫라인’이 구축됐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는 긴급상황을 막는 상급병원 순환당직제가 곧 운영된다.

광주시는 “24시간 실시간으로 응급실 당직 의사 배치와 119 환자이송 현황을 확인·공유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8일 밝혔다.

시는 우선 소방본부와 대학병원 등 상급병원 간 핫라인을 상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특정 병원 응급실에 당직 의사가 부족하거나 없을 때에 대비해 시가 운영하는 ‘상황실’에서 의료인력 투입이 즉시 가능한 병원을 물색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시는 응급환자 대처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원활하고 신속한 연락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윤경철 전남대병원 진료부원장과 윤성호 조선대병원 부원장, 이승욱 광주기독병원장 등은 최근 모임을 갖고 지역 내 ‘응급실 수용거부’ 사고 예방 방안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라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 상급병원-지자체 핫라인 구축과 더불어 응급실 순환당직제를 신속히 운영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응급환자를 당직 병원이 번갈아 맡고 다른 병원은 담당 의료진에게 일정 시간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시는 전공의 집단 이탈 장기화가 7주째에 접어들면서 응급실 근무 인력의 피로감이 가중된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밝혔다.

강의실과 진료실만 오가던 상당수 의대 교수가 전공의들이 떠난 응급실 인력 부족을 채우고 있으나 각 병원에서는 필수 의료 서비스가 힘에 부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 광주지역 각 상급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36시간 연속 근무를 이어가는 등 격무와 체력 고갈을 호소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를 예고한 대학병원 일부 교수들도 외래진료 축소에 나설 움직임이다.

시가 어렵사리 구축한 ‘핫라인’에 이어 금명간 순환당직제가 가동되면 응급환자 대응 등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공의 집단 이탈 등 근본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 관계자는 “지자체가 구심점이 돼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즉각 제공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의료사고 예방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