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로창고극장의 역사 잇는다…제1회 서울 모노드라마 페스티벌 개최

입력 2024-04-08 05:00
배우 장두이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에서 자신이 출연하는 연극 ‘돌아온 빨간 피터’ 일부분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 설립된 국내 최초 민간 소극장이다. 당시 극단 에저또가 가정집을 구입해 극장으로 개조한 뒤 ‘에저또 창고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1977년 배우 추송웅(1941~1985)이 이곳에서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4개월 만에 6만 관객을 동원해 소극장 신화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추송웅은 1983~1986년 이곳을 ‘테아트르 추’로 이름을 바꾸고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개·폐관을 이어오던 삼일로창고극장은 2013년 서울시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17년 서울문화재단이 위탁 운영을 맡으면서 부활했다. 2018년 재개관 이후엔 서울문화재단과 현장의 예술가들로 구성된 공동운영단이 극장을 운영, 문화예술계에서 민관 거버넌스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올해부터는 민간에 운영을 맡기기로 하면서 한국연극협회가 3년간 극장을 위탁 운영하게 됐다.

삼일로창고극장의 외관. 서울문화재단

한국연극협회는 첫 번째 기획으로 1970년대 소극장의 중심지였던 삼일로창고극장의 역사와 의미를 계승하는 축제를 준비했다. 오는 11일부터 5월 26일까지 열리는 ‘제1회 서울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이다. 해외 2개 팀의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공모를 통해 선발한 국내 5개 극단의 공연을 선보인다. 페스티벌 기간 국내 작품 5편을 심사해 작품성이 우수한 극단에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

삼일로창고극장의 극장장을 겸한 손정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지난 5일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 모노드라마 페스티벌’ 제작발표회에서 “삼일로창고극장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이어가기 위한 행사”라며 “50석 규모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하다가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이곳을 광장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삼일로창고극장의 내부. 서울문화재단

11∼12일 개막작 ‘테크니컬 푼다 드레이트 도어 2024’(Technical Funda Drait Door 2024)는 하반신 마비의 네덜란드 배우 엠레 에르뎁이 휠체어를 타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13∼14일에는 영국 배우 에밀리 카딩이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1인극으로 각색한 ‘리처드 어 원 쇼 III’(Richard a one showⅢ)를 공연한다.

국내 작품은 16∼21일 극단 함께 걷는 사람들의 ‘돌아온 빨간 피터’가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다. 카프카의 소설이 원작으로, 말하는 원숭이 피터가 인간을 관찰한 내용을 들려준다. 2002년 동 소설을 원작으로 모노드라마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를 선보였던 배우 장두이가 출연한다. 제목은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이 열렸던 극장에서 다시 공연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에서 손정우 한국연극협회장이 축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28일에는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 응원단장의 일대기를 그린 극단 도시락의 ‘하이타이’가, 5월 2∼5일에는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역사에 이름이 남지 않은 여성들을 조명한 ‘지정남의 오월 1인극 환생굿’이, 5월 16~19일엔 광대가 되고 싶었던 노인이 삶을 돌아본다는 내용을 담은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더 원 시즌 3’(The One)이 공연된다.

폐막작은 5월 23∼26일 창작집단 아리가 선보이는 ‘허윤정의 어느 배우의 이야기’다. 허윤정이 무대에 올라 재기를 꿈꾸는 여배우의 삶을 연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