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에 보복을 공언한 가운데 이란군 최고위 인사가 “적에게 최대의 피해를 가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6개월 만에 중동에서 확전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6일(현지시간) 중부 이스파한에서 열린 영사관 폭격 사망자 7명의 장례식에 참석해 “우리는 단호하게 보복할 것이다. 이란의 용감한 남성들이 적에게 좌절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에게 최대의 피해를 가하겠다. 적이 후회할 수 있도록 보복은 적절한 시점에, 정확한 계획에 따라 수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 건물을 미사일로 타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메드 레자 자헤디를 포함한 군 관계자 7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관계자 1명과 시리아인 4명도 숨졌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3일 이스라엘을 향해 “매를 맞게 될 것”이라며 응징을 예고했다. 헤즈볼라도 이란의 보복 공격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바게리 참모총장은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라크 예멘 시리아 이란에서 적에게 항전하고 있다”며 중동 내 대이스라엘 전선을 열거했다.
미국 정부는 영사관 폭격 개입설을 적극 부인했지만, 바게리 참모총장은 “미국이 개입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군사행동 가능성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지 정확히 6개월째가 되는 7일 전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라마단(이슬람권 금식 성월)의 27번째 밤인 ‘권능의 밤’이 종료되는 10일 전후에 이란이 보복 공격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하면 1973년 제4차로 끝난 중동전쟁이 51년 만에 재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5일 “이란이 중동 내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직접 대응하기로 결정하고 전군에 최고 단계의 경계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도 모든 군인의 휴가를 중단하고 방공망 운용 예비군을 추가로 동원한 상태다. CNN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란이 곧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높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개전 6개월을 하루 앞둔 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지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