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전도가 빈축을 샀습니다. 전동열차 기관사는 안내 방송에 그치지 않고 피민원인(전도활동 당사자)이 내릴 때까지 열차를 멈춰 세웠습니다.
7일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수도권 지하철 1호선에서 전도 활동 불편 민원이 접수돼 열차출발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열차 안에서 전도 활동하는 분은 얼른 내리라”는 방송이 나온 뒤에도 피민원인이 하차하지 않자 기관사는 “내리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겠다”고 대응했습니다.
민원에 따른 대응은 기관사 재량입니다. 안내 방송에서 끝나는 때도 있지만 피민원인이 하차할 때까지 출입문을 열고 정차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역 직원이나 지하철 보안관이 내려와 하차를 안내하기도 합니다.
지하철 내 연설 등의 행위는 현행법 위반입니다.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85조는 질서 유지에 반한다는 이유로 역 시설 내 연설·권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철도안전법 48조 역시 공중이 이용하는 철도시설 또는 철도차량에서 폭언 또는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철도안전법 제82조에 따르면 열차 내에서 연설·권유 등의 금지 행위를 할 경우 15만~4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과태료보다 더 심각한 건 시민의 반감을 산다는 점입니다. 지하철 전도를 목격한 한 시민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정상적인 분들이 지하철에 민원을 넣어주신 덕분에 전도하던 중년 여성이 군중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내게 남은 건 어떤 인간상에 대한 환멸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비기독교인에게 혐오감만 부추긴 결과를 낳았습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전도학) 교수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복음을 전하는 열정은 귀하지만 타인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지하철에서 자주 들리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일률적 메시지”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이런 식의 메시지는 복음의 풍성함을 드러내지 못한다”며 “시민들에게 천국과 지옥만 전하는 건 교회가 사후 세계에만 집중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복음은 영원한 생명과 현재의 풍성한 삶 모두를 포괄한다”며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요 10:10)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시민들에게 내 믿음을 무작정 외치는 게 아닌 이들을 향한 예의와 섬김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