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승부처인 13번 홀(파5),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렸으나 볼은 경사면을 타고 세미 러프 쪽으로 내려왔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이번에는 핀까지 289.6야드를 남기고 날린 두 번째샷이 당겨져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볼은 돌부리에 맞고 거짓말처럼 안전지대로 들어왔다. 그리고 무난히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돌격대장’ 황유민(20·롯데)이 억센 행운과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2승에 성공했다.
황유민은 7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2개에 버디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황유민은 박혜준(21·한화큐셀)의 추격을 1타 차이로 뿌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상금 2억1600만 원을 획득한 황유민은 시즌 상금 랭킹과 대상 포인트 부문 1위로 올라섰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황유민은 2번(파4)과 3번 홀(파3) 연속 보기로 불안한 출발을 했다. 4번(파5)과 6번 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아 잃었던 타수를 만회한 황유민은 9번 홀(파4)에서 5m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2타 차 선두를 유지한 채 프론트 9홀을 마쳤다.
승기를 잡은 듯했던 황유민의 샷이 후반들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10번과 12번 홀(이상 파4)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위기였으나 두 차례 모두 언덕 경사면을 맞고 내려오는 행운이 따라 파로 마무리했다.
행운도 행운이었지만 위기 관리 능력도 빼어났다. 12번 홀과 15번 홀에서 나란히 3.5m 가량의 파퍼트를 성공시켰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샷이 그린을 넘어갔지만 핀까지 13.7m를 남기고 퍼터로 친 세 번째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파를 잡아 1타 차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다.
황유민은 “오늘 하루가 너무너무 길었던 것 같다. 골프한 이후로 최악의 샷을 날린 하루였다”라며 “12번 홀에서 왼쪽으로 많이 당겨져 대미지가 클 것으로 생각했으나 다행히 볼이 살아 있어다.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안도감이 든다. 작년에 1승을 했으니까가 올해는 다승에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유민은 이번 대회 1, 2라운드에서 방신실(20·KB금융그룹)과 윤이나(20·하이트진로)와 동반 플레이를 하는 등 나흘간 장타자들과 한 조로 경기를 했다.
이에 대해 황유민은 “장타자들과 라운드가 경기에 크게 영향은 없었다. (방)신실이와 (윤)이나가 멀리 치는데 나는 그들 보다 덜 나간다. 그렇다고 그들을 따라 잡을 생각은 없다. 거리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경기하는 스타일이다”고 했다.
드림투어 상금 순위 8위로 올 시즌 KLPGA투어에 데뷔한 박혜준은 2타를 줄여 2위로 대회를 마쳐 존재감을 알렸다.
‘큐티풀’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은 3타를 줄여 172cm에서 뿜어 나오는 장타력을 앞세워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강지선(28·휴온스)과 함께 공동 3위(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쳤다. 시즌 두 번째 ‘톱10’ 입상이다.
김민선(20·대방건설)이 5위(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에 입상한 가운데 전예성(23·안강건설)과 문정민(22·SBI저축은행)이 공동 6위(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쳤다.
21개월만에 투어에 복귀한 윤이나(21·하이트진로)는 이날도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34위(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KLPGA투어 59경기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간 신지애(35)는 2타를 잃어 공동 31위(최종합계 3언더파 285타), 디펜딩 챔피언 이예원(21·KB금융그룹)은 공동 42위(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대회를 마쳤다.
제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