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멋을 살린 정원이 세계 80여개 국가가 참여한 국제원예박람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산림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카타르 도하 국제원예박람회’에서 우리나라가 대형 국가관 전시 분야 금상을 수상했다고 7일 밝혔다.
중동에서는 최초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한국·일본·이탈리아·사우디 등 80여개 국가가 참여했다. 박람회는 대형 국가관·중형 국가관·자유형 국가관·실내 국가관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우리나라는 대형 국가관 부문에 참가했다.
전시관의 콘셉트는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성과를 알리고 ‘자연과의 조화·공생을 꾀한다’는 한국 고유의 자연관과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원의 공간은 크게 스마트농업전시관 등이 들어선 택(宅) 영역과 각종 조형물·수경시설이 들어선 첩첩산수(疊疊山水) 영역, 마당·툇마루 등 한국의 정원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원림(園林) 영역 등 3가지로 나눠 구성했다.
내부 조형물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재에서 영감을 받았다. 숲에 둘러싸인 목재조형물은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연못은 경북 영양의 서석지를 재해석했으며 툇마루는 경북 안동 병산서원의 누각인 만대루를 차용했다.
많은 의미를 담았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우리나라의 숲을 재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현지에서 대부분의 식물을 조달해야 했던 만큼 우리나라의 것들과 비슷한 식물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문제는 국토 전체가 건조사막기후에 속하는 카타르의 특성 상 식물을 수급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점이다. 나무가 아닌 초본식물은 구할 수 있었지만 숲을 재현할 수 있는 교목(喬木)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카타르 유일의 국립식물원과 발빠르게 협의를 마치고 교목 100주를 지원 받았다. 우리나라 남부에 자생하는 멀구슬나무, 현지에서 매우 비싼 배롱나무 등을 지원받으며 국내의 숲을 재현할 수 있었다.
한국의 박람회 참가가 늦게 확정됐던 만큼 촉박한 준비기간은 큰 걸림돌이었다. 특히 박람회가 개막한 이후부터는 낮시간에 공사가 불가능했기에 모든 공사는 야간에 집중적으로 진행해야만 했다.
극한의 조건이었지만 농식품부와 산림청, 한수정, 시공업체 등 모든 참여 주체들의 단합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공사가 불가능한 낮시간에는 현지 한인의 공장에서 각종 시설물을 제작하면서 시간을 단축하고 야간에는 밤샘작업으로 정원을 꾸몄다. 모두가 밤낮으로 합심한 덕분에 정원 조성에 들어간지 16일만에 모든 공정이 완료될 수 있었다.
현지의 평가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시설물 중심인 다른 국가들과 달리 각종 식물·나무가 풍성하게 갖춰진 정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한 점이 주효했던 것이다.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진흥실장은 “현지 조직위 관계자도 ‘한국이 이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제은혜 산림청 수목원정원정책과장은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집약적인 공간으로서 한국정원이 앞으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좋은 정원 프로그램과 함께 국내 정원 작가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