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장·차관을 비롯한 간부진 15명에게 지난달은 눈코 뜰 새 없었던 달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공식 횟수로만 74회에 걸쳐 현장을 누볐다. 다름 아닌 ‘물가’ 때문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의 20회에 달하는 현장 방문 중 16회가 물가 관련이었다. 현장 방문 횟수는 농식품부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알려졌다. 농식품부가 얼마나 수세에 몰렸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싶을 정도다.
어디 그뿐이랴. 내부적으로는 물가 관련 회의도 수시로 진행한다. 이 모든 준비는 과장급 이하 실무진들의 몫이다. 사실상 너나 할 거 없이 물가에 달라붙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사과를 위시한 신선식품 가격 상승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해 9월에 전년 동월 대비 13.3% 오르며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3개월간 적게는 14.4%에서 많게는 20.0%까지 뛰어올랐다. 사실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은 이보다 더했던만큼 ‘전례가 없다’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당장 지금 먹거리 고민이 큰 이들에게 14년 전 해묵은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다행인 건 정부가 1500억원의 물가안정자금을 투입하면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21~30일 과일 가격을 보면 조금이나마 하향하는 추세가 읽힌다. 농식품부 관계자들의 노력도 한 몫 했을 터다.
다만 ‘노력 점수’를 깎는 일들이 겹치다보니 100점 만점을 주기가 힘들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9일 한국산 농축산물 수출과 관련해 올해 검역 협상 중점 품목 16개를 정했다. 그런데 이 중 하나가 하필 사과다. 국민 먹을 것도 없어서 지난달 사과 가격이 1년 전보다 88.2%나 오른 상황이다. 굳이 이 시점에 수출 확대 중점 품목으로 사과를 택했어야 했나 싶다.
외식물가를 못 잡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소상공인들에게 가격을 낮추라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가격 인하 유도책으로 소상공인 건물 임대료 인하 등의 대안을 찾는 게 적극 행정이다. 그런데 ‘적극’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국민은 현장 방문 횟수보다 이런 진정성 있는 노력이 묻어 있는 보도자료를 보고 싶을 듯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