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vs 77 역대 최고령 두 후보…‘건강 리스크’ 걱정되는 美대선

입력 2024-04-05 15:39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진다. 민주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는 올해로 각각 81세, 77세다. 4년 전 선거에서 이미 양당 최고령 후보 기록을 갈아치운 이들은 올해 대선에서도 스스로 역대 최고령 후보 기록을 경신하며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두 후보자 모두 상당한 고령에 속하는데도, 이들의 건강 정보 공개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전무하다.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에 대한 미국 대선의 건강 리스크를 집중 조명했다.

1일 부활절 행사 연설에서 ‘부활절’(Easter)을 ‘굴’(Oyster)로 발음하며 또 한 번 인지력 논란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임기 내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특히 지난 2월 로버트 허 특검이 발표한 보고서에 등장한 “대통령은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다. 아들인 보 바이든이 언제 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바이든의 건강 이상설에 기름을 부었다. 백악관은 6페이지 분량으로 요약된 바이든의 건강검진 결과지를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정작 대통령 주치의는 관례를 깨고 정례 브리핑을 생략하는 등 논란이 쉽게 불식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그리스 독립 기념일을 축하하는 리셉션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 바이든과 진행한 인터뷰 녹취록을 자체 분석한 결과, 가끔 날짜와 사건의 순서를 헷갈린 것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질문에서 명확하고 명료하게 답변했다”면서도 “백악관은 바이든의 건강검진 결과를 뒷받침하는 어떠한 증빙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치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인지 능력 검사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측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뉴햄프셔주 선거 연설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니키 헤일리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혼동했으며,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었던 2016년 대선을 두고 “오바마를 꺾었다”고 말하는 등 각종 말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 측이 후보자 건강 상태에 대해 공개한 정보는 바이든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뉴욕타임스는 밝혔다.

트럼프 주치의 브루스 A. 아론월드는 “트럼프의 인지 능력 검사 결과는 특출나다”고 주장했지만, 검사 결과에 대한 근거 자료는 전무하다. 또한 주치의는 그가 언제 어떤 종류의 인지 능력 검사를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최근에는 트럼프의 부친 프레드 트럼프가 80대 중반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파장이 일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치매 병력이 있는 경우 치매 발병 확률이 30% 이상 높아진다.

또한 트럼프의 혈액 검사 수치나 그가 복용하는 약물 종류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 그린 베이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5년 당시 트럼프의 주치의였던 해롤드 본스타인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역대 가장 건강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후 “지어낸 말”이라고 밝히며 트럼프가 해당 발언을 하도록 사주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대선이 역대 최고령 후보자들 간의 대결로 펼쳐지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버드 의대 신경과 교수인 탄지 박사는 “운전을 하려면 면허 시험을 치러야 한다. 단순한 인지 검사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세상을 끝낼 수도 있는 버튼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50세 이상 모든 대통령 후보에게 인지 능력 관련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