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을 석 달 앞두고 러시아 선수들이 잇따라 올림픽 ‘출전 포기’를 선언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스포르트 엑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영 선수인 예브게니아 치쿠노바가 3일 파리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 러시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평영 200m 결승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선수다.
러시아 조정 대표팀도 지난 2일 올림픽 유럽 예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양궁연맹도 지난달 말 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던 옐레나 오시포바는 타스통신에 “우리나라의 국기와 국가 없이 대회에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올림픽 단체 출전을 금지한 후 러시아 선수들의 파리올림픽 ‘불참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러시아 선수들은 이번 파리올림픽에 ‘개인 중립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다. 개인 중립 자격으로 출전하는 선수는 자국 국기나 국가를 사용할 수 없고, 개회식 행진에도 참여할 수 없다. 축구, 농구, 배구 같은 단체 종목은 출전이 불가능하다.
경비 부담 문제도 있다. 두 국가 선수들은 개인 중립 자격으로 출전하기 때문에 자국 올림픽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올림픽 출전 자격이 걸린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도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 이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더라도 국가 차원의 포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출전을 망설이는 이유로 작용한다.
경비 부담 외에 다른 제약도 있다. 러시아 요트 선수들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장비 조달과 운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비용 부담도 크다는 이유로 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
올림픽 참가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양국 간 경제 문제로 확대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파리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한 것을 두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프랑스 제품 보이콧을 언급한 때문이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텔레그램 채널에 “우리는 프랑스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며 “한 번만 더 그런 발언을 하면 프랑스 사업가들이 농민들의 뒤를 이어 파리 시청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