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탈퇴 종용’ 허영인 SPC 회장 구속…“증거인멸 염려”

입력 2024-04-05 06:06
허영인 SPC 회장. 국민일보DB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74) SPC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해당 혐의로 SPC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허 회장은 곧바로 수감 절차를 밟았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부터 약 3년간 SPC 자회사 PB파트너즈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기소 된 황재복 SPC 대표로부터 허 회장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은 지난달 검찰로부터 세 차례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업무 일정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네 번째 요구 끝에 지난달 25일 출석했으나 가슴 통증을 호소해 조사는 1시간 만에 끝났다. 허 회장은 지난 1일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건강상 이유로 불응했고, 2일 병원 입원 상태에서 결국 체포됐다.

검찰은 최대 20일 동안 허 회장을 구속해 부당 노동행위의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한 후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검찰은 SPC 측이 2020년 9월∼지난해 5월 검찰 수사관을 통해 허 회장 배임 혐의 관련 검찰 수사 정보를 빼돌리는 과정에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황 대표와 백모 SPC 전무가 공모해 검찰 수사관 김모씨를 통해 검찰 수사 정보를 빼돌린 혐의를 포착하고 세 사람을 구속기소한 상태다. 해당 범행이 이뤄진 시기는 허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와 겹친다. 허 회장은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별도의 혐의(배임)로도 불구속 기소돼 지난 2월 1심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