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2시간20분간 회동하며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계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주로 박 위원장의 말을 경청했으며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 등을 논의할 때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박 위원장을 통해 전공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전공의를 직접 만난 것은 지난 2월 19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공백 사태가 시작된 지 45일 만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의·정 갈등의 핵심인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해서는 2시간20분의 대화 속에서도 구체적인 해결안을 도출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전협이 밝힌 요구사항인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의 전면 백지화’에 대해 즉각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더 타당한 근거가 있을 때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을 의료현장에 복귀시킬 만한 ‘새로운 숫자’는 거론되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는 서로가 입장차만 재확인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 직후 “대통령실이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600명으로 조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즉각 대변인실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 위원장을 만나기 전 참모들에게 “청년은 국정의 동반자”라며 “다양한 의료계 구성원 중에서도 젊은 의사들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박 위원장을 만나서는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어렵게 성사된 만남이 종료된 직후 박 위원장은 “미래가 없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의·정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전공의들에 이어 교수 등 다른 의료계 구성원들과도 접촉하며 대화의 폭을 넓혀갈 방침이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이날 면담에 대해 “대통령은 평소 청년의 목소리를 신뢰했으며 2시간 넘게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한 것도 이 같은 신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