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전망까지 나온 美 금리 인하…금값은 고공행진

입력 2024-04-04 17:5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으로 올해 4분기가 적절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연준의 신중론과 달리 시장은 금리 인하에 베팅하며 금값을 끌어올렸고, 금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가로 치솟았다.

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최근 수치가 단순한 상승 이상을 의미하는지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지기 전까지는 정책 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공개되는 지표를 정책 결정의 지침으로 삼을 시간은 아직 있다”며 “금리 인하는 올해 어느 시점이 적절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금리 인하 시점으로 10월 이후를 제시했다. 보스틱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발전하고 국내총생산(GDP)의 지속적인 강세, 실업률, 인플레이션의 점진적인 감소가 올해 내내 지속된다면 올해 4분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도 통상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제 금값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날보다 33.2달러(1.5%) 오른 온스당 23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4일 사상 처음으로 2100달러선을 넘긴 데 이어 한 달 만에 2300달러선까지 뚫은 것이다. 안전자산인 금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거나 금리가 낮아질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금값 급등세는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졌음에도 금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과도하게 올랐다는 평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금값을 끌어올렸다는 해석도 있다. 실물자산인 금이 실질 금리를 하락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홍성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꾸준히 지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금 가격 급등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단기(1년) 기대 인플레이션의 급등이 이러한 유동성 장세를 설명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유가의 상승 혹은 미국 경제 전망의 상향이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값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KRX금시장에서 순금 1㎏ 현물은 g당 10만900원에 마감했다. 전날 3.6% 치솟은 금값은 10만499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가 이날 3.9%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10만원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소매 기준으로는 금 한 돈(3.75g)이 40만원을 넘겼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