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일에도 국민의힘·개혁신당의 ‘수도권 보수 후보 단일화’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산 수영의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와 장예찬 무소속 후보 역시 보수 단일화는 커녕, 기싸움만 팽팽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용지 기표란에 ‘사퇴’를 표기할 수 있는 기한은 사전투표 하루 전인 이날 오후 6시까지다. 사전투표 이후 단일화가 이뤄지면 사전투표 당시 행사한 표는 사표가 된다.
하지만 불이 붙는 듯했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보수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단일화 논의에 대해 진전된 상황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김성태 국민의힘 서울권역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TV조선 유튜브에서 개혁신당의 금태섭 후보(서울 종로), 허은아 후보(서울 영등포을), 이준석 후보(경기 화성을), 이원욱 후보(경기 화성정), 양향자 후보(경기 용인갑), 조응천 후보(경기 남양주갑) 등 6명에 대해 수도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바 있다.
본투표 전까지도 후보 사퇴는 가능하지만, 이 기간에도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혁신당은 단일화를 통해 오히려 잃을 게 더 많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지역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민주당 후보에 밀릴 뿐 아니라, 야권에서 ‘윤석열정권 심판론’ 바람이 부는 상황이라 단일화가 이뤄지면 제3지대 선명성이 옅어질 수 있어서다.
또 새로운미래와 분당 사태로 지지율 추락을 겪었던 만큼,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또 다른 내홍을 막자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비례대표 득표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지역구도 있다. 경기 화성정에 출마한 유경준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BBS라디오에서 “(이원욱 개혁신당 후보와) 상호 존중하는 의미에서 (단일화에 대해) 대화는 해볼 생각”이라면서도 “저야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이기 때문에 제가 사퇴한다든지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무소속 후보와 국민의힘 간 단일화도 요지부동이다. 특히 부산 수영은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와 장예찬 무소속 후보의 신경전이 심화하고 있다. 현재 부산 수영은 보수 표심이 정 후보와 장 후보 둘로 나뉘면서 유동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장 후보를 이 지역 후보로 낙점했다가 막말 논란 등을 이유로 공천 취소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정 후보를 공천했다. 장 후보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했다.
장 후보는 연일 총선 완주를 시사하며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 YTN라디오에서도 “선거 마지막까지 보수 단일화를 위해서 노력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우리 수영구 주민들을 만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난교 막말, 부산 비하로 공천 취소된 당사자, 당과 약속 무시하고 뛰쳐나간 장본인이 수영구민께 사죄하고 사퇴하면 단일화된다”며 장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도 장 후보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신지호 국민의힘 이조심판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부산 수영구는 부산 내 18개 지역구 중에서도 보수 세가 강한 곳인데, 분열돼서 민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로 당선을 준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도 지난 3일 cpbc라디오에서 “장 후보가 한때 우리 당 최고위원이었고 당에 몸 담았던 분으로서 당에 애정이 남아있다면 헌신의 자세로 대승적인 후보 사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당이 공천을 확정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새로운 공천자를 냈는데 공천 취소된 사람이 단일화를 요구해서 이에 응한다는 것 자체가 절차적 정당성을 부인하는 일”이라며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압박했다.
박민지 박장군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