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증권사의 상장지수증권(ETN) 신규 상품 상장 횟수에 제한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ETN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고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와 유사하다. 하지만 거래소의 보수적인 상장 심사 태도에 ETN 시장 성장이 가로막혔다는 증권사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올해 초 ETN 발행 증권사(NH KB 대신 미래 메리츠 삼성 신한 하나 한국 키움) 10곳에 올해 3차례만 상장할 수 있다는 기준을 구두로 알렸다. 상장 횟수를 제한할 정도로 거래소가 신규 자산 ETN 상장을 꺼린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올해 상장된 ETN은 6종목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한투 일본종합상사TOP5’를 제외하면 모두 기존에 유사한 상품이 존재하거나 기존 상품이 만기가 돼 재상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새로운 자산으로 상장된 종목은 1개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 기준에 맞춰 상장 심사를 요청해도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에 상장 횟수를 제시한 것에 “기초 자산이 유사한 상품을 모아서 동시에 상장하자는 취지의 이야기”라며 “기준에 맞지 않은 상품에 대해 수정 보완 요청을 하고 있다. 업계의 상장 수요는 거의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거래소 해명과 달리 최근 ETN 종목 수는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말 366개였던 ETN 종목 수는 지난해 375개, 이날 기준 373개로 현상 유지만 해오고 있다. 유사한 상품인 ETF가 같은 기간 666개에서 847개로 27.1% 양적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ETF는 시장 추세에 맞춰 2차전지 인버스, 케이팝, 기후테크 투자 등 테마형 상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면서 투자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새로운 상품이 줄면서 투자자들도 ETN 시장을 떠나는 추세다. 2022년 ETN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 기준 1228억원으로 18.9% 하락했다. 같은 기간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조7828억원에서 3조4234억원으로 23.0% 증가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ETN은 ETF보다 시장 규모가 작아 실험적인 상품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며 “새로운 자산을 추종하는 상품 상장을 허용해줘야 ETN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