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어려워”…전국 첫 민관협력의원 의사 구하기 난항

입력 2024-04-04 16:32 수정 2024-04-04 16:33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 서귀포시 제공

의료취약지 야간·휴일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서귀포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전국 첫 민관협력의원이 건물을 다 짓고도 1년이 지나도록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4수 공고 끝에 지난해 서울의 한 의사와 운영 계약을 맺었지만 사용허가 포기서를 제출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귀포시는 지난달 21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 사용허가 입찰 공고’를 냈다. 기간은 이달 9일까지다.

민관협력의원은 공공이 건물과 의료장비 등 시설을 갖추고 민간에 시중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최소 입찰가는 2261만원으로 이 중 시설 사용료가 1032만원, 물품 대부료가 1229만원이다.

1층은 진료실, 2층에는 처치실 방사선실 검진실 물리치료실 주사실이 있다. 연면적은 885㎡ 규모다.

허가일로부터 5년 이내로 운영 계약을 맺고, 이후 1회에 한해 5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서귀포시는 읍면지역 주민들이 차로 한 시간 거리의 제주시내 병원을 오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1월 ‘의료안전망 구축사업’의 하나로 민관협력의원 사업을 시작했다.

애초 2022년 개원을 계획했지만 철근대란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병원을 운영할 의사를 찾지 못하면서 개원 시기는 현재까지도 미정이다.

2023년 1월 준공 이후 같은 해 2월, 3월, 5월 세 차례 공모에선 응찰자가 없었다.

이에 시는 ‘의사 2~3명 의료진 구성’을 1명으로 줄이고, ‘365일 휴일·야간 22시까지 진료’를 개원 후 3개월간 유예하는 등 사용허가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러자 지난해 8월 4차 입찰에서 간신히 낙찰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던 낙찰자는 서울 병원의 새 운영자를 찾지 못해 민관협력의원 개원을 미루다 지난달 서귀포시에 계약 포기서를 제출했다.

이후 시는 최근 다섯 번째 입찰 공고를 내면서 운영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앞서 4차 공고에서 내과·가정의학과·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제한했던 의사 자격조건을 없앤 데 이어, ‘평일·휴일 야간 진료 밤 10시까지’였던 운영시간을 평일은 저녁 8시, 주말·공휴일은 저녁 6시까지로 단축했다. 주중에 하루 휴무일도 갖게 했다.

의원이 운영자를 계속 찾지 못하면서 앞서 1차 공고에서부터 약국 운영권을 낙찰받았던 약사들도 줄줄이 운영을 포기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이번 공고에서 운영 시간 부담을 줄여 제시한 만큼 응시자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원을 하고 이후 운영이 안정되면 당초 계획했던 야간 진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