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가 그리웠다”… ‘디폴트 국가’ 아르헨 교민 삶은?

입력 2024-04-04 07:19
유튜브 채널 '희철리즘' 영상 캡처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찾은 한 여행 유튜버가 현지 교민들의 근황을 알렸다.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도 이들은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삶을 살고 있었다. 한 교민은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니며 살다가도 “아르헨티나가 그리웠다”며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희철리즘’에는 ‘경제폭망, 국가부도의 최악 상태라는 아르헨티나에서 사는 한국인들의 반전 일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버 윤희철씨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교민 프리실라씨를 만났다. 한국에 잠깐 와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있다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왔다고 했다.

윤씨는 “‘아르헨티나는 다 망했다, 디폴트의 나라다’ 이런 거밖에 (소식이) 없는데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고 얼마를 쓰고 사는지 프리실라가 보여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걷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쇼핑가에는 곳곳에 휘발유로 전기를 돌리는 곳들이 있었다. 전기가 나갔기 때문이다. 거리는 발전기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전기가 안 들어와 아예 문을 닫은 가게도 있었다.

윤희철씨가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현지 교민 프리실라씨. 유튜브 채널 '희철리즘' 영상 캡처

프리실라는 “원래 100달러가 800페소였는데 (3개월만인) 지금은 1250페소”라며 “이 나라는 원래 그렇다. 그런 거에 놀라면 안 되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전했다. 월세도 얼마 전까지는 100달러(약 13만원)였지만 100%가 올라 월 200달러가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윤씨는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싸다며 놀라워했다.

카페에서 만난 또 다른 교민에게 아르헨티나에서 사는 게 편한 이유를 묻자 “한국에서 친구를 만나면 친구가 노는 물과 내가 노는 물이 다를 경우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하며 조금 부담스럽고 신경 쓸 부분이 있다”면서 “여기는 의사 선생님이랑 하수도 공사하는 사람도 절친일 수 있는 나라”라고 답했다.

이어 “여기선 힘들어도 가족이 최우선이다. 문화 자체가 가족 단위”라며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그게 편하다. 사회가 발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경쟁인데 여긴 경쟁이 너무 없고 한국은 그게 너무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윤씨는 “어떤 하나가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며 “한국은 무지막지한 경쟁이 있어서 자원이 없어도 선진국이 된 거고 그 부작용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인간다움은 좀 부족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인생에) 황금률이라는 게 있지 않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나는 돈만 100% 있으면 친구나 가족은 필요 없다’하면 할 말이 없는데 대부분 행복이란 건 관계에서 오지 않나”며 “어느 정도의 황금률을 맞추고 살 것인지가 관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씨가 만난 한 교민은 한국에서 반도체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 후 아르헨티나로 돌아왔다. 이 교민은 “원래 여기서 태어나서 살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여기 나라 친구들과 한국에 있는 어학당에 갔다”며 “한국의 재밌는 술 먹는 문화를 배우고 싶었다. 깔끔하고 편하고 위험하지 않고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2학년이 되니까 친구들이 군대에 갔다. 나도 졸업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갔다. 전역하고 3학년 1학기는 죽어라 공부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침만 먹으면 30분 후 화장실 갈 정도였다”며 “고등학교까지 졸업할 때까지 극도의 경쟁을 느낀 적이 없는데 한국에선 장난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옷가게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었고 한국에서도 나름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아사도 문화(소고기 바비큐를 가족·친구와 함께 먹는 것)가 없어서 이 나라가 많이 그리웠다”고 전했다.

이들을 만난 후 윤씨는 “(아르헨티나 교민들은) 너무 잘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211%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올초에는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