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5년 수급 망했다”…인턴 예정자 96% 등록 포기

입력 2024-04-03 18:33
올해 상반기 인턴 수련 등록이 마감된 가운데, 인턴 예정자 중 95.7%가 임용 등록을 포기했다. 연합뉴스

올 상반기 인턴(수련의) 과정을 시작해야 했던 예비 전공의 중 약 96%가 임용 등록을 포기했다. 의료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인턴으로 합격한 예비 전공의들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 임용 등록이 전날 마감됐다. 인턴 예정자 중 임용 등록을 완료한 이들은 4.3%에 불과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올해 인턴 등록 대상 3068명 중 전날 기준 (등록을 완료한 건) 131명”이라고 밝혔다.

인턴 예정자의 95.7%에 달하는 2937명은 임용 등록을 포기했다.

인턴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병원에서 처음으로 수련 과정을 밟는 전공의를 말한다. 전공의들은 1년간의 인턴 과정을 마친 후 진료과목을 선택해 레지던트 3~4년을 수료해야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번 수평위에 임용 등록을 하지 않은 예비 전공의들은 올 상반기 인턴 과정을 수련할 수 없다. 규정상 이들은 빨라도 올해 9월이 돼서야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올가을 인턴 임용에 등록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공의와 의대생 총 15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라고 응답한 이들이 531명(34%)에 달했다. 이중 87.4%는 수련 뜻이 없는 이유에 ‘정부와 여론이 의사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 비중이 높은 서울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을 비롯해 전국 수련병원들의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세브란스병원은 151명 중 4명만이 인턴 임용에 등록한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애초 임용을 포기했던 인턴 대부분이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대병원 교수)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인턴 인력 수급 문제는 레지던트 부족, 전문의 배출 지연 등 연쇄적인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대병원 교수)는 2일 페이스북에 “앞으로 4~5년간 전문의 수급은 망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전공의와 전임의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 교수들이 다 알아서 해야하니 대학병원을 떠나기 시작할 거다. 도미노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정부 역시 전공의 인력 수급 문제를 두고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박 차관은 “향후 (전문의 수급 차질 등) 사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다른 방법이 있는지 추가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 지금으로서는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