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인턴(수련의) 과정을 시작해야 했던 예비 전공의 중 약 96%가 임용 등록을 포기했다. 의료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인턴으로 합격한 예비 전공의들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 임용 등록이 전날 마감됐다. 인턴 예정자 중 임용 등록을 완료한 이들은 4.3%에 불과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올해 인턴 등록 대상 3068명 중 전날 기준 (등록을 완료한 건) 131명”이라고 밝혔다.
인턴 예정자의 95.7%에 달하는 2937명은 임용 등록을 포기했다.
인턴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병원에서 처음으로 수련 과정을 밟는 전공의를 말한다. 전공의들은 1년간의 인턴 과정을 마친 후 진료과목을 선택해 레지던트 3~4년을 수료해야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번 수평위에 임용 등록을 하지 않은 예비 전공의들은 올 상반기 인턴 과정을 수련할 수 없다. 규정상 이들은 빨라도 올해 9월이 돼서야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올가을 인턴 임용에 등록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공의와 의대생 총 15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라고 응답한 이들이 531명(34%)에 달했다. 이중 87.4%는 수련 뜻이 없는 이유에 ‘정부와 여론이 의사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 비중이 높은 서울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을 비롯해 전국 수련병원들의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세브란스병원은 151명 중 4명만이 인턴 임용에 등록한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애초 임용을 포기했던 인턴 대부분이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턴 인력 수급 문제는 레지던트 부족, 전문의 배출 지연 등 연쇄적인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대병원 교수)는 2일 페이스북에 “앞으로 4~5년간 전문의 수급은 망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전공의와 전임의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 교수들이 다 알아서 해야하니 대학병원을 떠나기 시작할 거다. 도미노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정부 역시 전공의 인력 수급 문제를 두고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박 차관은 “향후 (전문의 수급 차질 등) 사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다른 방법이 있는지 추가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 지금으로서는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