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前연인 성폭행 30대…불기소→ 재정신청 끝에 ‘실형’

입력 2024-04-03 17:11

헤어진 연인이 잠든 사이 강제로 성관계를 하고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애초 검찰은 가해 남성의 준간강치상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피해자의 재정신청 끝에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중남)는 3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32)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2월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B씨를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들은 헤어진 상태였으나, B씨의 경제적 사정과 건강 문제로 A씨 집에 함께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몸살 증상으로 약을 복용한 뒤 잠들어있었다. A씨는 그런 B씨를 상대로 강제로 성관계를 하고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했다. 피해자는 A씨가 성폭행한 것을 인지한 직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이어 준강간치상,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람이 연인 관계임을 고려할 때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준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법촬영 혐의만 인정했다. 준강간치상 혐의는 불기소 처분됐다.

B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신청은 검사가 고소·고발 사건을 불기소하는 경우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법원에 검찰의 결정이 타당한 지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4월 B씨의 재정신청을 인용했고, A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날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다”며 “당시 피해자의 몸 상태를 고려할 때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납득 불가능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수법 등에 비춰볼 때 죄질도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수년간 겪었음에도 피해보상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