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 신임 YTN 사장이 과거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3일 전날 녹화된 방송을 통해 “언론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로 국민 여러분께 봉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그러나 YTN은 그동안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이 점, YTN을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과정에서도 일부 불공정 보도로 국민 여러분을 불편하게 했다”며 자사의 보도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내용인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수십 건 보도했다”고 말했다.
또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중에는 오세훈 후보의 이른바 ‘생태탕’ 의혹을 24시간 동안 10여차례 보도하면서 경쟁자였던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 보유 사실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며 “문제는 이런 불공정·불균형 보도가 선거 때만 되면 독버섯처럼 반복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 대선 사흘 전 인터넷 매체를 통해 흘러나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조작 보도를 사실 확인도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며 “공정하고 정확해야 할 언론의 펜 끝이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절대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런 ‘묻지마’ 식의 불공정·편파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저는 사과에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30년 YTN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고 성토했다. 노조는 “대국민 사과라고 하지만, 실상은 ‘용산’을 향해 엎드린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YTN 노조는 김 사장을 향해 “비겁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취임 직후 ‘불공정 보도’를 대국민 사과한 것까지는 박민 KBS 사장과 닮은 꼴인데,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앞에 나선 박 사장과 달리 김 사장은 카메라 앞에서 몰래 녹화한 뒤 기습적으로 사과방송을 송출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YTN 노조는 “국민 보라는 것이 아니라, 용산 보라고 한 짓”이라며 “앞으로 24시간 ‘땡윤방송’ 만들겠다는 낯뜨거운 충성맹세”라고 직격했다.
이어 “김백의 사과를 국민 앞에 사과한다”면서 “YTN 언론노동자들은 권력 앞에 고개 숙이지 않으며 무도하고 폭력적인 윤석열 정권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YTN은 지난달 29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연이어 열고 김 전 총괄상무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YTN이 민영화된 이후 처음 선임된 대표이사 사장이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