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 ‘라그나로크’, 확·아 규제법 위반 시범타 되나… 업계 예의주시

입력 2024-04-02 18:12
'라그나로크 온라인' 공식 유튜브 영상 중 캡처.

국내 게임사 그라비티의 장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 의무법 시행 후 첫 위반 사례로 심판대 오른 그라비티가 ‘1호 처벌’ 위기에 처하면서 업계에서는 법 적용 범위와 처벌 수위 등을 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위는 라그나로크의 아이템 확률 허위표시 및 조작 의혹 민원을 사건으로 접수해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서 본부로 사건을 이관했다. 개정 게임산업법 시행 이후 첫 위반 사례이기 때문에 공정위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소비자들의 피해 정도를 자세히 살피고 필요에 따라 현장 조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라비티는 지난달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라그나로크 속 판매 중인 일부 유료 아이템 의 확률 정보를 게임 내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내용을 발견했다면서 수정된 확률 정보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공지된 내용과 다른 아이템은 100개 이상으로 드러났다. ‘마이스터 스톤’ ‘엘레멘탈 마스터 스톤’ ‘리 로드 스톤 ’ 등 게임 내 핵심 아이템은 등장 확률이 0.8%에서 0.1%로 대폭 하락했다. 최대 8배나 확률이 부풀려져 있었던 셈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그라비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률 조작 의혹과 관련돼 해명을 하고 있다. 방송 캡처

이에 게이머들은 이 게임의 확률 조작이 의심된다며 공정위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그동안 큰 손 게이머만을 위해 게임이 운영됐다”며 이용자들은 크게 분노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그라비티 측은 공식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아이템 확률을 진행하는 시뮬레이션 검증 절차 중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이번 조사의 쟁점은 그라비티 측이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려는 의도로 확률 조작을 했는가다. 공정위는 접수된 내용을 바탕으로 소비자 피해 규모 등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가 시행된 지 약 열흘 만에 벌어진 사건에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라비티의 행위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위법성이 인정될지,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가 향후 다른 확률 조작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게임 산업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는 자율 공시를 통해 확률을 상시로 점검해왔다. 확률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사용자의 신뢰를 잃고 게임이 한순간에 망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공정위는 1월 넥슨코리아가 게임 메이플스토리 내 아이템 큐브를 판매하면서 확률을 고의로 낮추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등의 행위로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며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인 116억4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서 “온라인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와 관련해 기만행위 등 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즉시 검토해 조사하고 제재할 것”이라면서 “게임 이용자들이 입은 피해가 빈틈없이 구제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