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도촬하거나 미행했어도 상대방이 이를 인식하지 못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김형한)는 2일 의뢰인 요청으로 제3자 개인정보를 캐내 알려준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흥신소 일을 하던 A씨는 지난해 7월 수년간 혼자 좋아하던 여성을 스토킹하며 살인을 준비하던 한 30대 남성 B씨의 의뢰를 받아 상대 여성 C씨를 미행하고 사진을 촬영해 B씨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2∼8월 열성 팬 30대 여성의 의뢰에 따라 한 남성 연예인의 차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개인정보 판매업자로부터 해당 연예인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취득해 의뢰인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A씨는 모두 7명으로부터 타인의 위치정보 수집을 의뢰받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18차례 걸쳐 타인의 개인정보를 취득해 돈을 받고 판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스토킹 상대 여성을 살해하려던 남성이 조기에 검거되지 않았더라면 자칫 피해자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선 A씨에게 내려진 스토킹 유죄 판결이 무죄로 뒤집혔다. A씨의 행위를 상대방이 인식하지 못했고, 스토킹 범죄 요건인 ‘지속적·반복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C씨를 미행하기 위해 직장 주변에서 기다린 사실을 C씨가 전혀 알지 못한 만큼, A씨 행위가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미행 및 도촬 행위는 C씨가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났을 뿐 그전까지 C씨가 A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A씨가 C씨를 미행하거나, C씨 사진을 촬영해 의뢰인에게 전송한 행위가 각각 한 차례에 불과해 스토킹 범죄 성립에 필요한 ‘지속적 또는 반복적 행위’라는 구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스토킹처벌법 위반은 범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