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희생자 추모 ‘4월걸상’ 광주에 세워져

입력 2024-04-02 14:53

제주 4·3 사건 제76주년 추념식을 하루 앞둔 2일 ‘4월걸상’이 광주 도심에 설치됐다.

인권연대 오월걸상위원회는 이날 광주 광산구 광산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4월걸상 제막식을 열었다. 4·3 사건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4월걸상이 제주 밖 육지에 세워진 것은 처음이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강문석 작가가 제작한 광주 4월걸상 건립 비용은 광주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마련했다.

작품명은 ‘민중의 힘’.

꺾인 총알을 형상화한 의자 아래에 민중의 힘을 상징하는 제주 몽돌을 놓았다.

거칠고 큰 바위가 구르고 굴러 바다에 이르렀을 때 둥글고 매끈한 몽돌로 변하듯, 민중의 힘이 모여 폭력을 견디고 이겨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의자 단면 위에는 제주 4·3 상징인 동백꽃이 새겨졌다. 4월걸상에 쉬면서 4·3과 5·18을 생각하도록 ‘제주 4·3, 오월 광주’라는 글귀도 각인됐다.

광주시민들은 지난해 5월 전국에서 6번째로 제주에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기 위한 ‘오월걸상’을 건립한 제주도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십시일반 쌈짓돈을 기부했다. 광주 광산구청은 조형물 설치 장소를 제공했다.

제막식에는 제주 4·3 유족회, 5·18 기념재단, 오월어머니회, 천주교 관계자,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제주 4·3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촉발했다. 6·25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2만5000~3만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이 제주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4·3사건은 국내 현대사의 비극인 여수·순천 10·19 사건의 불씨가 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