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도 육아 스타트업은 쑥쑥

입력 2024-04-01 19:49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육아 스타트업 업계는 활발하다. 양가 조부모와 친척, 주변 지인까지 아이 1명을 키우는 데 어른 10명이 지갑을 여는 ‘텐 포켓(10 Pocket)’ 시대가 되면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육아 스타트업이 새내기 부모와 그 가족의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저조한 합계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 스타트업에는 활기가 돌고 있다. 육아 스타트업들은 인공지능(AI)과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아이앤나’는 2017년 6월 설립한 영상 분석 AI를 활용한 육아 스타트업이다. 기존에는 산후조리원 신생아 영상공유 서비스만 했는데 여기에 AI를 접목했다. AI는 신생아 영상을 분석, 배냇짓이나 하품하는 등 아기의 움직임을 감지해 사진, 영상을 필요할 때 녹화한다. 지난해 6월에는 산후조리원 영상공유 서비스 ‘젤리뷰’ 플랫폼을 인수해 전국 350여개 산후조리원과 제휴하고 있다. 아이앤나의 플랫폼은 지난 8월 누적 가입자 100만명, 누적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시장 점유율은 약 80%다.

육아도우미를 추천하는 ‘휴브리스’도 AI로 서비스를 강화했다. 휴브리스는 하루 단위부터 입주 돌봄까지 원하는 기간을 선택하면 AI가 위치, 도우미 경력 등을 분석해 약 1시간 만에 도우미를 추천해준다. 돌봄 도우미들은 오프라인 교육과 검증을 거쳐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결제율은 80%에 이른다.

입소문으로 성장하는 곳도 있다. 육아 스타트업인 ‘다이노즈’는 부모를 크루(Crew) 개념과 접목해 ‘육아크루’ 커뮤니티를 내놨다. 광고나 프로모션이 아닌 입소문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오가닉 트래픽(Organic Traffic)’이 70% 이상이다. 가입 시 동네 인증, 기초 정보를 입력하면 인근 ‘육아 동지’가 소개되는 방식이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연결된 사용자들의 65% 이상이 오프라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 주목하는 출산 스타트업도 있다. 휴먼스케이프는 고화질 초음파 영상을 통해 임신·출산 정보를 제공하는 ‘마미톡’ 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에 진출했는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각각 360곳, 70곳의 산부인과 병원과 계약을 맺고 현지에서 서비스 중이다.

잘 만든 제품 하나로 외부 투자 없이 승승장구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2018년 설립된 ‘코니바이에린’은 아기띠 하나로 성장해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연 매출은 2019년 144억원에서 지난해 317억원을 기록했다.

벤처캐피털 매쉬업벤처스 박은우 파트너는 “텐 포켓 시대인 만큼 육아용품뿐만 아니라 육아 서비스 시장과 육아하는 부모를 위한 서비스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육아는 유일하게 모바일로 전환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커뮤니티 기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