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성사율 78%”…블라인드로 진행하는 교회판 ‘나는 솔로’

입력 2024-04-01 18:25
김정호 러브인 갓 담당간사가 지난해 서울 강동구 두기동교회 카페 니시에서 열린 러브인 갓 4기 오리엔테이션에서 프로그램 설명을 하고 있다. 김정호 간사 제공

끝날 때까지 이름도 나이도 휴대전화 번호도 모른다. 오륜교회(주경훈 목사)에서 진행하는 커플 매칭 프로그램 ‘러브인 갓’이야기다. 2020년 시작해 올해 5기를 맞는 러브인 갓이 오는 27일부터 7주간 서울 강동구 두기동교회 카페 니시에서 진행된다.

러브인 갓은 오륜교회 청년 출신으로 교회 안에서 가정을 이룬 집사들이 후배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30~40명가량의 오륜교회 청년이 참여하다가 지난해부터 외부 교회로 문호를 개방했다.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다. 올해는 온누리교회 베이직교회 등 34개 외부교회 교인까지 총 100명이 참여한다. 32세(1992년생)부터 45세(1979년생)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다. A그룹은 32세~38세, B그룹은 39세~45세까지다.

토요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하는 주말 모임과 조별 주중 모임이 7주간 이어진다. 예배와 소그룹 모임뿐 아니라 성경적 결혼관과 관련한 강의를 들으며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친밀해지도록 돕는다. 이밖에 1대1 라운드 미팅, 레크리에이션, 개인별 데이트, 에니어그램(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 검사) 등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가장 큰 특징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7주간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휴대전화 번호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차를 이용하는 것도 금지다. 혹여나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호 러브인 갓 담당 간사는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두지 않게 하려는 방법”이라며 “이 방법을 통해 매칭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기의 매칭 성공률은 78%다. 김 간사는 “매칭이 됐다고 해서 반드시 연애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개인 신상을 알고 난 후 1달간 유예 기간을 두고 남녀가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식교제가 시작되고 3개월이 지나면 교회에서 커플 상담과 부부행복학교 등 사후관리까지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러브인 갓을 통해 만나 결혼에 골인한 이나영(가명·38) 최원빈(가명·44) 부부는 미혼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했다. 이씨는 “어색하면 어쩌나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두려움을 이기고 참가한 러브인 갓에서 남편뿐 아니라 평생 갈 좋은 친구를 많이 얻었다”고 했다. 남편인 최씨도 “적지 않은 나이에 인위적인 도움을 받아 이성을 만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막상 해보면 배우는 것도 많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시작한 러브인 갓 5기 참가자 2차 모집은 오는 20일까지 이어진다. 참가자는 교인증명서와 목회자 추천서 재직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참가 신청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오륜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