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기자단, 에어포스원 물건 ‘슬쩍’ 기자들에 경고

입력 2024-04-01 18:09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 29일 앤드류공군기지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렸다. 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에 있는 물품이 자주 없어지자 백악관 기자단이 물품을 가져가지 말라고 기자들에게 경고했다.

BBC와 폭스뉴스 등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출입기자단(WHCA) 회장이자 NBC 기자인 켈리 오도넬이 출입 기자들에게 에어포스원 내부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금지돼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WHCA는 이메일에서 에어포스원 물건을 가져가는 행동이 대통령과 동행하는 기자들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든다며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장식된 작은 M&M 초콜릿 상자를 기념품으로 받긴 했지만, 그간 에어포스원 로고가 쓰여진 포크·숟가락·나이프와 타월까지 몰래 가져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서부 해안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을 마친 뒤 당국이 기내 점검을 한 결과 물품 몇 가지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사라진 물품 중에는 에어포스원 로고가 있는 베갯잇, 유리잔, 금테 접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샤 코마도프스키 미국의 소리(VOA) 기자는 에어포스원 로고가 있는 종이컵을 가져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당황하게 하거나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다”며 “그냥 버리는 것을 잊어버렸을 뿐”이라고 답했다.

폴리티코도 기자들 사이에서 만연한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폴리티코는 익명의 기자가 “에어포스원 첫 비행 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이 잔을 가져가야 한다’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앤드류 공군 기지로 돌아와 계단을 내려올 때 기자들의 백팩에 유리잔과 도자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고 기억하는 기자도 있었다.

백악관 관리들은 조심스럽게 “가져가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전직 백악관 관리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절도는 아니지만 사소하고, 고질적이었던 속임수였다”고 말하며 오도넬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이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 고마워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