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사기 혐의자를 재판에 넘긴 후 피해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소 자체가 무효가 되진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검사 뇌물 수수 범죄로 재심이 개시된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유죄 판단은 바뀌지 않았고 형량만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재판이 마무리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받는 A씨 재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지난 2008년 5월 구속기소된 A씨는 2010년 5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A씨는 자신을 기소한 B검사가 고소인에게서 뇌물과 접대를 받아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B검사는 해당 뇌물 혐의로 2011년 구속됐고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A씨는 2021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개시를 결정한 서울고법은 지난해 7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뇌물죄로 처벌받은 사실만으로 수사·기소 등 모든 행위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당시까지 수집된 증거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검사가 A씨를 기소한 것 자체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A씨를 압박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검사에게 뇌물을 공여한 점은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며 형을 일부 감형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원심 형을 확정했다. 다만 A씨는 이미 만기 출소한 상태다.
이번 재심 사건과 별개로 A씨는 김형준(53·사법연수원 25기) 전 부장검사의 중·고교 동창이자 ‘스폰서’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2∼2016년 A씨 관련 수사 관련 편의를 봐주면서 수천만원 상당 뇌물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8년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