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부부는 호박과 같아서/ 젊었을 때는 사각사각하고 부드럽고/ 중년에는 다소 맛이 없지만/ 더 익어 가면 달콤하고 연해집니다.”
‘충북 선교의 아버지’ 프레더릭 S 밀러(민노아·1866~1937) 선교사가 지은 시 ‘한국 속담들’ 일부다. 45년간 한국 땅에서 교회와 학교 설립, 문서선교에 힘쓴 민노아 선교사는 순회 전도 중 시상이 떠오를 때면 이를 메모해뒀다 시를 완성하곤 했다. 그의 유고 시집 ‘버시스 프롬 코리아(Verses from Korea)’의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다. 청주 상당교회(안광복 목사) 민노아선교유산보존계승위원회가 최근 출간한 ‘한국에서 온 시와 노래’(상당서원)다.
총 39편의 시가 실린 시집은 ‘거품’ 편과 ‘맑은 수프’ 편으로 나눠 구성됐다. 전자는 일상에서 느낀 소회를, 후자는 목회 현장과 묵상 중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쓴 시가 담겼다. “사랑을 보라/ 아들로 하여금/ 십자가에서 무덤까지/ 우리를 구원케 하신 사랑을”(‘사랑이 어떠한지 보라’)이란 시구처럼 복음을 단적으로 표현한 시도 여럿이다.
민 선교사 사후 한 달 만에 출판된 시집 원본은 위원회가 수소문해 입수했다. 현재는 교회의 기증으로 충북기독교역사관이 소장 중이다. 교회는 민 선교사의 또 다른 저서인 ‘가스펠 인 코리아(Gospel in Korea)’의 한국어 번역본인 ‘조선에서의 복음’도 출간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