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 제1의과대학. 3월 개강과 함께 활기가 넘치는 다른 학과 강의실과 크게 달랐다. 학생과 교수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강의실은 텅텅 빈 모습이었다. 강의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4층 임상해부실습실은 카데바(Cadaver·해부용 시신) 실습대 8개와 의자 50여개 놓여있었다. 교수가 해부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이를 실습실 내 대형 스크린으로 송출하는 각종 영상 기기 등도 있다. 해부학은 생리학과 함께 의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과목 중 하나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해부학실습실에 200명이 들어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원이 4배 늘면 실습실과 교수 등도 4배가 늘어야하는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토론과 실습 중심의 교육과정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의대 정원만 늘리면 카데바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기준도 미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위원장은 “현재 충북대병원 병상 규모 등을 미뤄볼 때 의대 정원은 최대 80명”이라며 “수련기관에서 환자를 보면서 교수와 함께하는 진료와 교육도 중요한데 전공의가 5배 늘어난다면 필수의료 분야 환자도 5배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법정 근로 시간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배 위원장은 “현 상태에서 주 52시간 진료를 하면 병원은 완전히 파산”이라며 “일주일에 두 번 당직하면 벌써 48시간 근무하는 것이고 시술, 진료 등을 합치면 70시간은 금방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날 담화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더 없어질 것 같고 지금 남아 있는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의 사직도 더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4·10총선 이후로 완전히 미뤄질 것 같고 사법처리도 안하고 넘어갈 것 같다”며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기존 정원이 49명이던 충북대 의과대학은 200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났으며 전국 의대 중 증원 폭이 가장 크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