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사진을 총선 공보물에 실은 박진웅 국민의힘 후보에게 “해당 공보물 발송을 중단하고 이미 발송된 공보물에 대해서는 전량 회수 및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 공보물에 민주당 국회의원 사진을 도용해 정치적으로 악용하겠다는 잔꾀는 도대체 어디서 배운 정치인가”라면서 거세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전에 일언반구 언급도 없었던 일이다. 길었던 당내 경선을 거치고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있는 지금 실로 어이없고 당황스러울 뿐 아니라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페이스북에 함께 올린 사진은 박 후보의 일부 공보물이다. 사진에는 박 후보와 박 의원이 나란히 서 있는 뒷모습이 담겼다. 사진에는 “어느 곳을 바라보아야 하는가”라는 큰 글귀와 함께 하단에 “2024.03.10. 박용진 당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함께. 노고 많으셨습니다. 선배님”이라는 문구도 적혔다.
박 의원은 “아무리 최근 정치가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지만 이렇게 정치적 도의도 없고 인간적 예의도 없는 총선 공보물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 하겠다는 박용진의 각오는 온데간데없이 처한 상황만을 악용하는 박진웅 후보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박 후보는 박용진 의원과 민주당 당원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진웅 국민의힘 후보 측은 “‘상황을 악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난 8년간 강북을 재선 국회의원으로서 당파를 떠나 그간의 노고에 대한 ‘인간적인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의원과 박 후보는 성장배경과 학창시절을 공유하는 바, 소속 정당을 떠나 강북을 주민에 대한 진정성과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점을 해당 뒷모습 사진으로 함축해 표현하고자 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내 ‘비명계’(비이재명계)로 꼽히는 박 의원은 서울 강북을 공천을 두고 벌인 당내 경선에 두차례 탈락하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박 의원을 누르고 공천된 정봉주 전 의원은 막말 논란, 조수진 변호사는 성범죄 변호 2차 가해 논란으로 후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박 의원은 공천되지 못했다. 이후 민주당은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민수 대변인을 공천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19일 “한달 동안 가끔 나 몰래 영화 ‘트루먼쇼’를 찍는 줄 알았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민주당의 앞날에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분열과 갈등은 저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승리를 향한 에너지를 모으자”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