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도 다르게 표현한 사복음서…역사적 사실로 봐도 될까

입력 2024-04-01 08:40 수정 2024-04-01 15:45
안용성 그루터기교회 목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새물결아카데미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간 ‘교회를 위한 성서학’ 집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제공

성경 사복음서(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를 읽다 보면 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술한 부분이 종종 나온다.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며 예루살렘 성전에서 각종 상인을 내쫓은 예수의 ‘성전 정화 사건’이 대표적이다. 마태복음(21:12~13)과 마가복음(11:15~17), 누가복음(19:45~46)은 이를 그리스도 생애 후반에 배치했지만 요한복음(2:13~16)은 예수 사역 초기에 언급한다. 이외에도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모으는 방식과 부활 장면 묘사 등에 있어 사복음서 간 차이를 보인다.

같은 일도 다르게 기술한 사복음서를 보면 ‘성경은 역사적 사실인가’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사복음서 간 내용의 불일치와 모순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성경의 역사성과 사실성을 증명하는 책이 최근 나왔다. 장로회신학대를 거쳐 미국 예일대와 버클리연합신학대에서 신약성서학과 문화연구를 전공한 안용성 그루터기교회 목사의 ‘교회를 위한 성서학’(새물결플러스)이다.

안 목사는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새물결아카데미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책의 요지와 집필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일반적인 한국교회는 성경이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서구 주류 성서학계는 성경의 역사성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성경을 보는 눈이 일선 한국교회와 상당히 달라 성서학이 교회 현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경이 사실을 기록했는지 논의하는 ‘성경의 역사성’ 문제를 다루며 교회와 성서학의 간극에 다리를 놓아보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에서 그는 사건 배열과 세부 서술의 차이 등 성경의 역사성에 의문을 제기한 사복음서 본문을 여럿 소개한다. 아울러 시대별로 달라진 역사 서술법과 사실의 정의, 구술문화에서 작성된 복음서가 신빙성을 확보하게 된 과정도 상세히 전한다.

안 목사는 “교회를 위한 성서학이란 결국 ‘교회의 질문에 성서학적 전문성을 갖춘 답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책이 ‘성경은 역사적 사실인가’라는 교회의 질문에 답하고 그 질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