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2024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축하 인사를 통해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밝힌 것은 향후 의료개혁 등 정책 추진 과정에 국민 여론을 더욱 폭넓게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만큼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의 부활절 축하 인사에 대해 “국민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부분”이라면서도 “국정 자세의 변화로도 해석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종전까지 여러 현안에서 ‘법과 원칙’에 크게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여론 반응을 보다 세심히 살피며 유연한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사직을 재가했고, 지난 24일엔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유연한 처리’를 내각에 당부했다.
이 대사 논란의 본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늑장 수사이고, 국민 건강을 외면한 전공의들은 절차대로 행정·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던 ‘원칙론’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 대사 사의 수용에 대해 “이 대사가 피의자라는 ‘프레임’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만일 정부 신뢰에 금이 갔다면, 그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사의 임명 과정에 문제는 없지만, 윤 대통령은 이 대사 임명을 둘러싼 여론 반응을 고려해 결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 면허정지 유예 등으로 달라진 의료개혁 태도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현장 복귀 없이는 개혁 실효성을 이야기하기 어렵고, 그런 차원에서 설득 노력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개혁의 정당성은 국민들 틈에 부정되지 않지만,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생긴 것 또한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정부는 의과대학 증원 규모인 ‘2000명’에 대해서는 협상이나 재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증원 규모 ‘2000명’은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아닌 국민을 위한 결정”이라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 작업을 통해 도출된 규모인 ‘2000명’을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사단체는 개혁 방안 자체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