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금을 대신 매입해주거나 고객이 맡긴 금을 위탁관리하던 업체들이 잇달아 폐업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는 금을 사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산 것처럼 위장해 고객의 자산을 빼돌리는 신종 사기 수법일 가능성이 높다.
31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베이징 차오양구의 ‘중국황금’ 가맹점이 지난해 12월 폐점하고 사업주 등이 잠적했다. 이곳은 금을 판매하거나 수수료를 받고 금을 보관해주는 업체로 장기 보관하면 보관량의 2.5%를 더 얹어주는 형태로 고객을 유치했다.
이곳에 맡긴 금을 찾지 못한 고객들은 모임을 만들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피해자들이 지난 1월 잠정 집계한 결과, 총 4000만 위안(약 74억원)이 넘었다. 피해자 중에는 200만 위안(3억 7000만원) 이상을 맡긴 고객도 있었다.
중국황금 본사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이 매장은 금을 구입한 내역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객이 금을 매입해 달라고 맡긴 돈이나 고객이 위탁보관을 의뢰한 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유용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황금 본사는 해당 매장이 직영점이 아니라 가맹점이라며 본사에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 중국황금의 전국 매장은 3537개인데 이 중 90%가량은 가맹점이다.
이런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황금의 항저우 매장이 고객의 금을 돌려주지 않고 일방 폐업했다. 2022년에는 베이징 하이뎬구의 ‘산동황금’이 문을 닫고 잠적했다.
푸시예 변호사는 CCTV에 “가맹점의 목적은 금 투자를 가장해 소비자의 돈을 받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것”이라며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법 모금과 같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금·은 보석류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하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