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KBO 최고 타자… 빅리그 폭격 이정후 ‘화려한 등장’

입력 2024-03-31 13:16 수정 2024-03-31 14:29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정규시즌 맞대결 8회초 우월 1점 홈런을 때린 직후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 AP 뉴시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정규시즌 돌입과 함께 현지 팬들 뇌리에 이름 석 자를 새겼다. 데뷔 직후 이틀 동안 3안타를 때려낸 데 이어 사흘째엔 홈런까지 선보였다.

이정후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333(12타수 4안타)가 됐다. 타선 응집력과 선발투수 조던 힉스의 5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은 샌프란시스코는 9대 6 승리를 거두고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첫 세 타석에선 운이 따르지 않았다. 타구 질은 준수했으나 번번이 호수비에 걸렸다. 1회와 3회엔 상대 선발 딜런 시즈로부터 두 차례 중전 안타성 타구를 뽑아냈으나 수비 시프트 중이던 유격수 김하성에게 걸려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2-0으로 앞선 5회엔 장타성 타구가 우측 담장 코앞에서 잡히면서 희생 뜬공에 만족해야 했다.

네 번째 타석은 달랐다. 3-1로 앞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들어선 이정후는 좌완 불펜 톰 코스그로브의 1·2구를 신중하게 지켜봤다. 실투성 스위퍼에도 꼼짝 않는 모습을 본 코스그로브는 다시 한번 같은 구종을 택하는 실수를 범했다. 몸쪽 꽉 찬 공에 노렸다는 듯 돈 방망이가 돌았고, 타구는 그대로 높은 포물선을 그려 오른쪽 담장 바깥에 떨어졌다. 개막 3경기 만에 터진 이정후의 빅리그 데뷔 첫 홈런이었다.

홈런이 확정되자 펫코 파크를 찾은 샌프란시스코 원정 팬들은 큰 함성으로 답했다. 동료들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이정후와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반겼다. 중계 카메라가 이날 관중석을 찾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를 비추자 미국 중계진은 “‘바람의 손자’가 터뜨린 빅리그 첫 홈런을 ‘바람의 아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범경기 막판 두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이정후는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기어를 끌어 올렸다. 지난 29일 개막전에서 샌디에이고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맞아 마수걸이 안타를 때려내더니 이튿날엔 1타점 적시타 포함 5타수 2안타를 수확했다. 현지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날 “이정후가 만들어내고 있는 정타를 고려한다면 (이번 홈런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칭찬했다.

연일 계속되는 그의 활약은 ‘친정’ KBO리그에서도 화제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이정후가) 올해 3할 타율, 10홈런은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경기에서 중전 안타를 때리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며 “빅리그 상위급 투수의 공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도 덧붙였다.

눈에 띄게 달라진 타선 덕에 샌프란시스코는 이틀 연속 승리를 챙겼다. 8회 이정후의 홈런을 신호로 타자 일순하면서 대거 6점을 뽑은 것이 주효했다.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는 시즌 2호 홈런을 그랜드 슬램으로 장식했다.

직전 2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던 샌디에이고 김하성은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물샐 틈 없는 수비로 후배 이정후의 안타를 막아낸 것과 달리 타석에선 삼진과 땅볼, 내야 뜬공 두 개로 소득 없이 물러났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