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윤수 부산교육감 “늘봄학교는 제2의 학교”

입력 2024-03-31 12:10
하윤수 교육감이 지난 27일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부산교육청 제공

전국에서 늘봄학교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은 부산이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에는 전국 2700여개 초등학교 1학년만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도입했다. 2학기에는 전체 초등 1학년으로, 내년엔 1·2학년, 2026년부터 모든 초등학생으로 확대한다. 부산은 당장 올해 1학기부터 관내 초등학교 304곳에서 1~3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을 지난 27일 그의 집무실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늘봄학교는 제2의 학교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제2의 교육과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늘봄학교에 적극적인데.
“아마 앞으로 이런 학내 방송이 익숙해질 것이다. ‘알려드립니다. 지금 제1 학교에 근무하시는 모든 교직원은 연구실로 빨리 이동해 주십시오. 오후 4시 40분부터 제2 학교가 시작합니다. 조속히 이동해 주십시오(웃음)’. 제1 학교는 지금 우리가 아는 학교다. 제2 학교가 시작됐는데 그게 늘봄학교다. 제1 학교, 공교육에 끈을 놔서는 안 되지만 어느 순간 제2 학교 기능이 더 커질 것이다. 제1 학교는 획일성을 피하기 어렵다. 늘봄학교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의 대학, 각종 기관 심지어 사교육과의 협력하는 학교여야 한다.”

-사교육과의 협력이란.
“현재는 늘봄학교에 참여하다 밖으로 나가면 학교 안으로 다시 들어올 수 없다. 학원 갔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창의성, 끼와 꿈을 마음껏 발산하려면 학교는 오후 8시까지 문을 열어놓고 돌봄 기능과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은 자유롭게 공교육과 사교육을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아이가 오페라 단원이 하고 싶으면 춤도 노래도 배워야 하니까 (학교가 충족 못 해주니) 열어줘야 한다. 아이가 합기도하고 싶으면 나갔다가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정서가 불안하다면 승마 같은 것도 가능해야 한다.”

-늘봄학교가 일종의 허브인데, 아이들 동선이 너무 복잡해지는데 학교가 감당 가능한가.
“꼭 해야 하고, 할 것이다. 어려운 일 아니다. 예컨대 학교가 태권도학원에 학생을 보내주면 학원이 책임지고 학교로 다시 돌려보내 주도록 한다. 그게 싫은 학원과는 연계 안 하면 된다. 그런 학원은 학부모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어서 학원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제2 학교는 학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교육현장이다. 우리 부산은 자갈치 시장이 있다. (부산 아이들은) 적어도 회를 먹더라도 무슨 회인지 알고 먹도록 주말에 자갈치 시장에서 해산물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돌린다. 또 해양 스포츠도 부산의 강점이다. 부경대나 해양대 등과 협력해 송정해수욕장에 해양스포츠 학교를 만든다.”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인터뷰를 하며 늘봄학교를 설명하고 있다. 부산교육청 제공

-제2의 교육과정을 구상하는가.
“학교니까 당연히 교육과정은 필수다. 지금처럼 ‘방과후’ ‘프로그램’ 같은 용어는 더 이상 써서는 안 된다. 방과후가 아니라 제2 학교, 프로그램이 아니라 수업의 위상을 갖도록 운영하겠다. 이미 A~E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A는 늘봄학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거나 희망하는 교사가 담당하는) 정규 교육과정이다. B~E는 민간 연계, 대학 연계, 지역사회, 학교 자율 등이다. 교육청이 늘봄학교 교육과정을 만들면 늘봄학교가 학생 수요에 맞춰 운영하게 된다. 교육과정 만드는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나오면 곧바로 시행한다. 조만간 발표하겠다.”

-늘봄학교가 중요한 이유는.
“수도권 1극 체제로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인구의 절반, 청년 65%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직장 구하기도 어렵고, 집값도 비싸 원룸 생활해가며 결혼 적령기를 넘기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남부권인 전남과 전북 일부, 광주, 부산, 울산, 대구 등이 또 다른 축을 만들어야 한다. 제2 허브 공항인 가덕도 신공항 생기고 세계 7위, 아시아 2위 항만 물류 도시인 부산이 남부권에서 하나의 축을 담당해야 한다. 남부권이 수도권 못지않은 국가의 축이 되려면 정주 여건이 좋아야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은 절박한 과제이고 늘봄학교가 큰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늘봄학교 하나만으론 부족하다. 3~5세를 위한 유보통합이나 0~2세 영유아를 위한 정책도 유기적으로 조합돼야 한다. 교육부뿐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들과 지자체, 교육청이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늘봄학교 시행 한 달, 학부모 반응은.
“직장에서 학부모가 아이에게 이런 전화를 한다. ‘○○아 빨리 냉장고 문 열어봐. 우유 있지 그거 지금 빨리 마셔. 그리고 딱 10분 뒤에 내가 다시 전화할 테니 노란버스 나와 있으면 타. 이번에는 태권도야.’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늘봄학교를 알리려고 부산 권역을 돌면서 학부모 설명회를 했다. 처음에는 팔짱을 끼고 의구심 가득한 표정이셨다. 점차 시간이 흘러 설명회가 이어질수록 호응이 느껴졌다. 학부모 만족도는 120퍼센트라고 자부한다. 자신감을 갖고 늘봄학교를 기존 학교보다 더 큰 제2의 학교로 만드는 일을 진행할 것이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