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들 이송 거부… 도랑 빠진 33개월 여아, 끝내 숨져

입력 2024-03-31 07:09 수정 2024-03-31 13:55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구급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30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쯤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생후 33개월 된 A양이 주택 옆 1m 깊이 도랑에 빠져 있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양은 119구급대에 의해 보은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받고 오후 6시7분쯤 맥박이 돌아왔다.

이후 병원 측은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충북과 충남권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아 중환자를 받을 병상이 없다는 이유였다.

수술이 지연된 A양은 오후 7시1분쯤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약 40분 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전원을 요청했던 지역 의료기관 관계자는 “아이의 맥박은 약물 등 응급처치를 통해 (일시적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맥박 정상화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송을 거부한 병원 측은 이동 중 환자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 평소에도 소아청소년과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원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해 전원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병원 측과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