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안보리 北 감시’에 거부권… 전문가 패널 15년 만에 해산

입력 2024-03-29 10:0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안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안보리 차원의 감시는 15년 만에 중단된다.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과 체결한 타락한 거래를 진전하기 위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약화시켰다”며 반발했다.

안보리 이사회 15개국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다. 13개 이사국이 찬성하고 중국이 기권한 가운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안보리 결의안은 9개 이상의 이사국 찬성과 더불어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거부권이 없어야 통과된다.

안보리는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8명으로 구성한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매년 3월쯤 이사국 결의안 채택 방식으로 임기를 1년씩 연장해왔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면서 매년 2차례 심층 보고서를 작성했고, 지난해까지 14년간 안보리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임기를 연장했다. 이날 임기 연장 부결로 오는 4월 30일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러시아는 자국 요구 사항이 결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권을 행사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제재를 변경할 수 있는 기본적 기제가 없고, 특정인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공정한 절차 조항도 없다”고 주장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 부결에 대해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며 “러시아는 핵무기 비확산 체제 수호나 안보리의 온전한 기능 유지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탄도미사일 공급을 위해 북한을 두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크게 실망했다. 러시아는 북한과 체결한 타락한 거래를 진전하기 위해 국제 평화와 안보를 냉소적으로 약화시켰다”며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수월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전문가 패널 활동 종료에 대해 “미국과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매우 중요한 제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