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천 버드나무 벌목 비판 고조…“생태 학살에 법 위반”

입력 2024-03-28 15:18 수정 2024-03-28 15:46
전주천 일대 버드나무들이 잘린 채 밑동만 남아 있다. 전주시는 지난 해 3월 홍수 예방을 이유로 전주천과 삼천의 버드나무 270그루를 기습 베어낸 뒤 이어 지난달 29일 76그루를 마저 베어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북 전주시가 두 차례에 걸쳐 전주천과 삼천 주변 버드나무 330여 그루를 기습 벌목한데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주시는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하천 정비에 나섰다고 하고 있으나 시민단체들은 ‘생태 학살’이자 ‘법 위반’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8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규모 준설과 버드나무 벌목을 진행한 ‘전주천과 삼천 재해예방 하도 정비사업’이 하천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전주시의 하도정비사업은 ‘전주천권역 하천기본계획’ 범위를 벗어난 사업으로 하천법 제27조(하천관리청의 하천공사 및 유지ㆍ보수)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주천과 삼천은 하천법상 하천관리청이 전북특별자치도이나 전주시는 ‘전주천권역 하천기본계획’과 정한 사업에 벗어난 공사를 추진하면서 전북도의 허가나 승인, 보고 등 어떤 행정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이어 “환경영향평가법 제43조에 따라 하천구역의 사업계획 면적이 1만㎡ 이상이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시는 이를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8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규모 준설과 버드나무 벌목을 진행한 ‘전주천과 삼천 재해예방 하도 정비사업’이 하천법 등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분노한 시민들의 뜻을 모으고 법률 자문을 거쳐 총선 이후 전북특별자치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며 “우범기 시장의 공약인 ‘전주천·삼천 명품하천 365 프로젝트’의 생태환경 훼손과 홍수 방어 능력 약화, 탄소 흡수원 위협 등 하천법과 하천기본계획에 위배 되는 사항을 찾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주시는 1년새 두 차례에 걸쳐 전주천과 삼천 주변의 20년 이상된 버드나무 330여 그루를 벌목,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시는 먼저 지난해 3월 260여 그루를 갑자기 잘라냈다. 하천의 통수 면적을 확보해 홍수를 예방하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전주천과 삼천, 물길 가장자리에 자연적으로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와 억새군락은 자연성을 회복한 전주천의 선물”이라며 “그러나 시는 전주생태하천협의회나 환경단체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무분별하게 벌목을 했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에 시는 작업을 중단하고 전주생태하천협의회와 협의 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는 합의없이 올해 2월 다시 남천교 앞에 있던 버드나무 70여그루를 마저 잘라냈다.

2016년 11월 남천교에서 바라본 전주천 모습. 양편에 버드나무들이 운치있게 서 있다. 지난 해 3월 오른편 나무들이 모두 베어진데 이어 올해 2월 왼편에 있던 버드나무들도 모두 베어져 사라졌다.

이후 반발이 더 커졌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달 초부터 전주시를 규탄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물의 날’이었던 지난 22일엔 전주천 살리기를 목적으로 남천교 아래에서 갯버들 묘목 1500여주를 심었다.

전주시의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한승우 의원은 27일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우범기 시장이 무리하게 버드나무를 자르고 준설을 강행한 데 이어, 시민 여론을 왜곡해 개발 사업 중심인 '전주천, 삼천 명품하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한다”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시민 반발이 지속되자 전주시는 남아 있는 버드나무 90그루는 벌목을 중단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하도정비사업은 극한 호우로 부터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추진하는 유지관리 공사”라며 “적법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