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충성심 테스트?… 美공화당 채용 질문 논란

입력 2024-03-28 07:09 수정 2024-03-28 08:02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입사 면접 때 2020년 대선 사기 주장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 장악을 확고히 하면서 자신의 거짓 주장에 찬성하는 ‘충성파’ 직원들만 채용하겠다는 의미다. 공화당이 ‘트럼프 사조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달 RNC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면접 때 지난 대선이 도난당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복수의 소식통과 지원자들을 인용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의 고위 참모들이 면접을 진행했다”며 “면접자들은 대선 관련 질문이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을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RNC는 로나 맥대니얼 전 의장이 사퇴한 이후부터 이런 행동을 취했다고 한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맥대니얼 전 의장이 대선 사기 주장에 충분히 동조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초 자신의 며느리인 라라를 RNC 공동의장으로 앉히는 등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후 RNC는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고, 재지원 의사가 있는 일부 직원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사실상 트럼프 충성파로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해고된 60명 이상의 RNC 직원 중 일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며 “지원자 대부분은 대선에 부정행위가 있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바뀐 규정이 원인이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이에 대해 “경합지의 최전선에서 일했거나 현재 사기 혐의가 만연한 주(州)에 있는 직원들에게 업무 경험에 대해 질문한 것”이라며 “우리는 선거 승패에 대한 의미 있는 견해와 경험이 있는 숙련된 직원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더그 헤이도 “(RNC에 있는 이유는) 후보자를 지지하고 그 세계관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 재선 캠프는 “트럼프에게 있어 선거는 그가 승리할 때만 공정하다”며 “트럼프는 공화당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자신의 극단적이고 반민주적인 신념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캠프는 RNC 본부 직원 대부분을 조만간 마러라고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로 파견하기로 했다. 공화당은 “대선을 앞두고 캠페인 운용과 RNC를 결합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US투데이는 “트럼프가 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면서 대선 완주 의지를 보이자 “그는 내가 아닌 부패한 조 바이든의 정적”이라며 “그가 바이든으로부터 더 많은 표를 빼앗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케네디 주니어를 “이번 선거에서 가장 급진적 좌파 후보”라고 지목하며 “‘녹색 사기’(기후 정책 찬성론자를 비꼬는 말) 등의 팬”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주니어 의제가 민주당 지지층 의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을 따라잡고 있다. 그러나 케네디 주니어 등 제3 후보가 포함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우위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