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파렴치한 도피자로 전락”… 이종섭 “신속히 조사해달라”

입력 2024-03-27 18:27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입건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 대사의 법률대리인 김재훈 변호사는 27일 공수처에 11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이 대사의 혐의를 반박하고 공수처의 조속한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시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채 상병 사건 과실치사 혐의자 명단에서) 빼라’고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법령이 부여한 직무상 권한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에 경찰에 이첩한 사건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지난해 9월 고발됐다. 이후 공수처는 이 대사를 피의자로 입건한 뒤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 대사가 주호주 대사로 임명되고, 법무부가 이 대사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어 이 대사가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하면서 ‘수사 도피’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대사는 결국 지난 21일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했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 측 김재훈 변호사가 27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수사 촉구 의견서를 제출한 후 취재진에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이날 이 대사의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고발했지만 (수사 권한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는) 수사가 아니어서 ‘수사 외압’이라는 논리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며 “고발 내용은 자체로 범죄가 될 수 없는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또 도피성 출국 논란도 적극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본인도 알지 못했던 출국금지 사실을 특정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보도했다”며 “졸지에 ‘파렴치한 해외도피자’라는 지탄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감내하기 힘든 치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사는 지난해 11월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공수처가 고발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뒤늦게 출국금지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 “이미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나 있는데 도대체 향후 수사로 더 밝혀야 할 고발 관련 의혹이 무엇이냐”며 “조사가 필요하다면 신속히 일정을 잡아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22일 이 대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