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법원, 대영박물관 前직원에 “훔친 유물 반환하라” 명령

입력 2024-03-27 18:25
영국 런던 블룸즈베리에 있는 대영박물관. AP연합뉴스

대영박물관에서 고대 유물을 훔치고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베테랑 큐레이터가 영국 고등법원으로부터 훔쳐간 유물들을 반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미국 ABC뉴스는 27일(현지시간) 대영박물관이 30년 동안 박물관에서 일했던 직원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소식을 보도했다.

1993년부터 대영박물관에서 근무한 지중해 전문가 피터 힉스 박사는 수백개의 유물을 훔쳐 온라인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물관 측은 지난해 8월 1800개 이상의 유물이 사라지거나 파손된 사실을 확인하고, 용의자로 지목된 힉스 박사를 해고했다.

박물관은 유물 분실·도난 및 파손 사건에 힉스 박사가 연루돼 있다고 본다. 박물관 측 변호사 다니엘 버지스는 힉스 박사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지난 10년 동안 박물관 창고에서 수백 개의 고대 보석과 금 장신구 등을 훔쳤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또 “힉스 박사는 가명을 쓰고 허위 문서를 작성해 실제 가치보다 낮게 유물을 파는 방식으로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며 “그가 훔친 유물의 상당수는 고고학적 가치가 큰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힉스 박사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조만간 박물관 측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고등법원 헤더 윌리엄스 판사는 힉스 박사에게 향후 4주 안에 그가 현재 갖고 있는 유물들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또 그의 이베이 및 페이팔 거래 내역도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박물관 측은 현재까지 356개의 유물을 회수했으며 앞으로 더 돌려 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도난·훼손 사실이 드러나자 하르트비크 피셔 박물관장은 관리 부실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특히 그는 박물관 소장 유물이 이베이에서 팔리고 있다는 미술사가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