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진술이 부친 마약 혐의 1심 무죄 뒤집어

입력 2024-03-27 17:58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40대 피고인의 마약 혐의가 딸의 진술로 유죄로 뒤집혔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오창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원심 판결(징역 1년6개월)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10만원의 추징금도 함께 명했다.

A씨는 2021년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부산시 동구 및 제주시 일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4월 1일에는 제주시 내 거리에서 채무 변제를 독촉하는 B씨를 폭행해 전치 4주 가량의 부상을 입히고, 다음 날에는 자신이 만나던 여성과 연락한다는 이유로 C씨를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2020년 7월에는 지인에게 철근을 싸게 매입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인 뒤 2000만원 상당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제보자의 추측성 진술 만으로 A씨가 마약을 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마약 혐의에 대해선 무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피고인이 마약을 했다고 제보한 사람은 실제 딸이었고, 진술 내용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지어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딸은 피고인과 재산 분쟁 등 이해관계가 전혀 없고 단지 피고인으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술 내용과 피고인의 모발 감정 결과, 휴대폰 기지국 위치 등과 결합해 보면 공소사실에 대한 명확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증언 내용을 보면 A씨 딸은 지난 2021년 10월 24일 제주도 내 장례식장에서 A씨의 행동을 보고 마약 투약을 직감했다.

당시 A씨는 계절에 맞지 않은 반바지를 입고 말이 어눌했으며 밥을 5인분 이상 먹고 지하와 지상층 계단을 계속해서 오르내렸다.

딸은 당시 A씨의 모습이 과거 필로폰을 투약했을 때와 같다고 판단해 그 해 11월 22일 제주경찰청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딸은 초등학생 무렵부터 A씨의 마약 투약 정황을 인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마약을 한 뒤 보이는 특이한 증상을 기억하고 있었다.

A씨 딸은 항소심 법정에서 A씨가 평소 가족들에게 폭언과 난폭한 행동을 일삼았다며 더 이상 고통 받으며 살고 싶지 않아 경찰에 알렸다고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딸의 진술을 모두 증거로 채택, 마약 투약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 판결에 사실 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