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 받게 해드릴게’…41억 가로챈 ‘제니퍼 정’ 15년 구형

입력 2024-03-27 15:45 수정 2024-03-28 10:19

미국 의대에 근무중인 교수이자 의사라고 속인 뒤 영주권을 받게 해주겠다며 40억대 사기행각을 벌인 재미교포 일명 ‘제니퍼 정’과 여동생에 대해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광주지검은 27일 광주지법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미교포 A(51·여·구속)씨에 대한 사기(특경법상)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여동생(44) B씨에게는 징역 8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악용해 심각한 사기 피해를 보게 한 죄질이 불량하다”며 “출석조사에 불응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고 중형 구형 이유를 밝혔다.

‘제니퍼 정’ 명함을 파고 다닌 A씨는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 4명에게 자녀 유학, 미국 영주권 취득, 투자이민 알선 등의 명목으로 41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생 B씨는 언니와 함께 “투자하면 고액의 수익금을 주겠다”며 6억8000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다.

A씨는 광주 모 대학병원에 교환교수로 온 미국 의대 재직 의사이자, 미국 의료업체 한국 총판 대표로 자신의 신분을 포장해 지능적 사기 행각을 벌였다. 허위로 꾸며낸 미국 의료업체 투자 협의과정에 일부러 동석하게 만들고 현지공장 견학을 주선해 피해자들이 믿도록 하는 수법을 활용했다.

또 피해자들이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내려는 심리를 노려 투자이민으로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면서 피해자들을 교묘히 끌어들였다.

이에 따라 자녀의 대학 입시를 앞둔 피해자들은 “투자이민 영주권을 취득하면 미국 유학, 졸업·취업·비자 문제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 수억대 돈을 아낌없이 건넸다.

하지만 수사기관 조회결과 제니퍼 정은 실제 해당 기업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후 진술에 나선 A씨는 “약속한 (영주권 취득) 절차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고의적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인은 “여러 학원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미국에 학생을 보낸 노하우로 영주권 취득 절차가 실제 진행됐다”며 “해외 투자 회사도 허위가 아니라 영주권 취득을 위해 스폰서를 제공할만한 곳이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수년 전 제니퍼 정이라는 미국명으로 활동한 A씨는 민선 6기인 2018년 미국 의료기기 회사 한국 측 총판 책임자를 자임하며 광주시에 3200억원 규모 투자를 허위로 제안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광주시는 당시 거액의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홍보에 나섰다가 제니퍼 정의 사기사건 연루가 불거진 이후 투자계약 등을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A씨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5월 10일 열린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