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해외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외국인 출연자가 입은 청바지를 검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의 국영방송 조선중앙TV가 BBC TV프로그램 ‘정원의 비밀’을 방영하면서 출연자의 청바지를 블러((blur) 처리해 송출했다.
문제의 영상을 보면 출연자 앨런 티치마쉬가 과실수 재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하반신은 블러 처리돼 흐릿하게 나갔지만 파란 바지 색이 비치는 것으로 보아 청바지를 입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바지 검열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김 위원장이 청바지는 미국 제국주의를 상징한다며 자국민의 청바지 착용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었으므로 북한이 TV 속 외국인이 입은 청바지를 검열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서 사회 감시 및 통제가 눈에 띄게 강화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4년간 사회 감시 및 통제가 강화됐다’라는 문항에 탈북자 응답자의 61.1%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외국 문화 확산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는 추세다. 북한 노동신문은 2020년 “‘우월한 사회주의 생활방식’을 선호하는 ‘부르주아 문화’를 거부하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부르주아 문화’와 ‘반사회주의적 행위’는 북한의 체제를 약화시키는 자본주의 국가의 무기”라고 말해왔다.
2022년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북한이 스키니 진과 외국어가 적힌 티셔츠, 염색과 같은 ‘자본주의’ 패션과 머리 스타일에 대해 탄압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 익명의 한 북한 여성은 “특히 20, 30대 여성들을 집중 단속한다. 만약 잡히면 단속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반성문을 써야 하고 집에서 누군가가 적절한 옷가지를 가지고 와야 한다”고 RFA에 말했다.
한편 북한이 영국 제작 방송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NK뉴스는 “북한은 스포츠와 과학 같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영상들만 송출한다”며 “‘정원의 비밀’ 시리즈가 불법 복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