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보비 존스’가 나왔다.
주인공은 한 때 여자 아마추어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레이첼 헥(미국)이다.
미국 명문대학인 스탠퍼드대 4학년에 재학중인 헥은 프로 전향 대신 아마추어로 영원히 남겠다고 선언했다.
헥은 1학년 때 미국 대학 스포츠(NCAA) 여자 골프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대학 골프 개인전에서만 7승을 거뒀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전에서 우승한 로즈 장(미국)과 함께 스탠퍼드대 골프부를 미국 최고로 이끈 당사자다.
골프채널 등의 27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졸업을 앞둔 헥은 프로 전향 대신 투자회사 인턴으로 일하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펴낸 자전 에세이를 통해 밝혔다.
정치학을 전공한 헥은 또 공군 ROTC 과정을 밟았기에 졸업과 동시에 미국 공군 중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미국 ROTC 임관 장교는 현역 입대보다는 예비역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면에서 영원한 아마추어인 ‘구성(球聖)’ 보비 존스와 닮은 꼴이다. 존스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육군 소령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헥이 프로 전향을 하지 않은 이유는 잦은 허리 부상 때문이다. 그 여파로 한동안 골프채를 아예 놓기도 했다.
작년에는 갈비뼈가 혈관 신경을 압박하는 흉곽출구증후군이 생겨 갈비뼈 하나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헥은 “심사숙고한 끝에 내 몸은 프로 골프 투어 생활을 견딜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프로 전향을 마다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열정은 강해 작년 US아마추어 여자 골프 챔피언십에서 4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헥이 18일간 ROTC 훈련을 받은 뒤 48시간도 채 되지 않아 출전한 대회여서 더 화제가 됐다.
헥은 “더는 US여자오픈 우승과 명예의 전당 입성을 꿈꾸지 않는다”며 “아버지가 내게 처음 골프채를 쥐어 준 것은 어떤 도전에도 맞설 수 있는 기술과 나만의 길을 개척해 가는 용기를 갖춰 미래로 나아가라는 의도였음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는 늘 ‘진정한 행복은 명예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평범한 삶’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