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株, 미끄럼 언제까지?… “경쟁 심화 우려” vs “하반기 안정화”

입력 2024-03-27 06:00

전기차 수요 둔화에 직격타를 맞은 이차전지 시장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생산량 감소 전략, 광물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에도 저조한 수익성이 예상되면서다. 이미 주가에 실적 부진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하반기 업황 회복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에게 다시 선택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이차전지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최근 6개월 새 9.92% 하락했다. 가장 비중이 큰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기간 14.71% 떨어졌다. 지난해 7월 장중 153만9000원을 터치한 ‘황제주’ 에코프로 주가도 같은 기간 26.70% 빠졌다.

이차전지에 대한 투자심리는 지난 연말부터 얼어붙었다. 이차전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리튬과 니켈 등 주요 광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광물 시세에 연동된 이차전지 판가가 하락했다. 반면 생산품에는 과거 고가에 사들인 원재료가 투입된다. 대규모 재고 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구매 보조금 축소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전기차 시장 수요도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연초 전기차 생산량을 하향 조정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로 유럽 시장 등에서 전기차의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테슬라 주가도 올해만 30%가량 하락했다.

이차전지 기업들의 재무부담 증가도 우려도 키우고 있다. 생산능력을 키우고자 투자를 확대하며 자본적지출(CAPEX)이 증가했는데 실적은 부진한 탓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차전지 산업점검 리포트를 통해 “북미·유럽·동남아 등 글로벌 생산지 구축 과정에서 초기 비용 부담까지 가중될 전망”이라며 “증설 경험이 있어 초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로 수익성을 보완할 수 있는 셀 기업과 달리 소재 기업들은 차입 규모가 지속 확대되며 재무구조 저하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대할 만한 점은 광물 가격의 안정화다. 지난달부터 리튬과 니켈 가격이 연말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이차전지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연기금도 올해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머티 등 이차전지 관련주를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양극재와 배터리 셀 모두 2분기 중 가격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며 “전체적인 업황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수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