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손절은 없다” 네이버‧테슬라에 물 타는 개미

입력 2024-03-27 06:00 수정 2024-03-27 06:00

개인 투자자가 장기간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의 주식을 끊임없이 매수하는 현상이 일부 종목에서 나타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정치 관련 주나 초전도체와 같은 테마주 단기 매매만 한다는 시장의 편견과 배치되는 흐름이다. 이들 기업은 개인이 친숙하게 사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기업으로 1등 사업자 지배력에 대한 믿음으로 꾸준히 저점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 대표 사례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올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올해(1월 2일~3월 26일) 1조4359억원어치 네이버 주식을 사들였다. 네이버 주식이 올라서 산 것은 아니다. 네이버 주가는 올해 들어 16.96% 하락했다. 2021년 9월 3일 고점(45만2500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이상 났다.

최근 34거래일 연속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개인 투자자가 네이버 주식을 순매수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다만 이 기간만 놓고 봐도 네이버 주가는 9.1%나 하락했다. 네이버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신규 투자자는 저점매수로, 기존 주주들은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에 나서고있다. 국내 1위 포털 사업자의 지위에 대한 믿음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올해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 해외주식이다. 국내 투자자는 올해 들어 테슬라 주식 8억2724만7330달러(약 1조1089억2500만원) 순매수했다. 테슬라는 특히 국내 개인에게 인기가 높아 열성적인 테슬라 주주들을 ‘테슬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다만 테슬라 역시 올해만 주가가 30.51% 하락했다. 테슬라 투자자로 유명한 구독자 12만8000명의 한 투자 유튜버는 추가 매수 소식을 알리면서 투자자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들 기업을 바라보는 기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쟁이 치열해져 예전만큼 성장 할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다. SK증권은 네이버 목표가를 29만원에서 26만원으로 내리면서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커머스 플랫폼 성장세가 거세 상반기 내에 실적 입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미래에셋증권 마찬가지로 중국 커머스 플랫폼 진출로 실적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목표가를 31만원에서 26만원으로 16% 하향했다.

월가도 테슬라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즈호증권은 24일(현지시간) 테슬라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하향했다. 목표가도 기존 270달러에서 195달러로 내렸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21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가 추가로 30% 급락할 수 있다고도 봤다. 중국에서 전기차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와 테슬라 두 곳을 경영하면서 발생하는 이해 상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잘 아는 회사면 우량주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가가 과거보다 하락했기 때문의 이유로 매수를 하기 보다는 실적 전망 등에 따른 기업가치 판단으로 매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