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종북세력 저지’ 현수막 전국에 걸려다 철회

입력 2024-03-26 18:12 수정 2024-03-26 18:54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1일 대구 달서구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찾아 윤재옥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종북세력 저지’ 등 색깔론을 부각시키는 현수막 설치를 각 시·도당에 지시했다가 철회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념 대결 성격의 현수막이 ‘중도층 이탈’ 등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전국 시·도당에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문구의 정당 현수막을 내걸 것을 긴급 지시했다. 시·도당은 이를 각 후보자 선거사무소에 전달했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도 전날 같은 내용의 정당 현수막 게시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당 현수막은 정당이 내건 정책과 주목하는 현안을 담은 광고물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28일부터는 사용할 수 없다. 이에 27일까지 해당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 수 있도록 긴급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은 일하고 싶습니다’ ‘억울한 영업정지, 이제 없습니다’ ‘소방공무원의 든든한 힘’ ‘어르신, 식사하셨어요?’ 등 민생 현안에 중점을 둔 현수막을 내걸어 왔다.

이에 색깔론 등을 내세운 현수막 설치 지시를 두고 당 내부에서도 “중도층 이탈을 부를 수 있다” “여당이 정책 선거를 해야 하는데 종북 이념 타령을 한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이런 우려가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지역 선대위에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이날 오전 일부 언론 보도로까지 나오자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시로 현수막 설치 지시를 철회했다.

장동혁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저는 지금은 그것보다 여당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여당으로서 어떤 걸 할지 국민께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최종적으로 그 문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